새 경제수석 박병원의 코드는?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08.06.23 11:51
- 정책조율 전문 '미시정책' 실력자
- 규제완화 등 서비스산업 육성 주력 가능성
- 주택공급 확대·감세·메가뱅크 힘 실릴듯

'학자'에서 '관료'로 주축이 바뀐 청와대 2기 수석비서관진. 그 중심에 박병원 경제수석(56, 행시 17회, 사진)이 있다.

국정기획수석, 사회정책수석, 교육과학문화수석을 아우르는 '청와대 정책팀장'으로서 향후 정책조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박 수석은 과연 어떤 색깔일까.

박 수석의 기존 성향에 비춰 볼 때 앞으로 △서비스산업 규제완화 △문화산업 육성 △주택공급 확대 △감세 △메가뱅크 출현 유도 등의 정책들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외부에서 박 수석은 거시경제정책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거시당국자 자리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을 역대 최장수인 2년5개월 간 역임한 전력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가 실력을 발휘한 분야는 '미시정책'과 '정책조율'이었다. 박 수석이 재경부 차관보, 차관을 지내면서 이룬 주요 성과는 대부분 '규제완화' 등 미시정책에서 나왔다.

박 수석이 재경부 차관 시절 내놓은 '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이 대표적인 규제완화 정책이다. "고용을 창출하고, 선진국으로 발돋음하려면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게 박 수석의 소신이다.

한 재정부 관계자는 "박 수석은 거시전문가라기보다 미시전문가로 보는 것이 맞다"며 "성장률 전망이나 통화·재정정책 운용보다 규제완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정책을 조율하는 능력이 발군"이라고 말했다.

문화산업 육성도 박 수석의 주된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기업이 공연, 전시회, 스포츠 경기 등에 쓴 접대비에 대해 접대비 한도액의 10%까지 손비로 추가 인정해주는 '문화접대비' 제도는 박 수석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차관 시절 도입한 정책이다. 음악과 미술 등 문화에 관심이 깊은 박 수석의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됐다.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는 박 수석이지만, '시장논리'가 걸리는 문제에 있어서는 '원리주의자'에 가깝다는 얘기를 듣는다. 부동산가격 안정정책에 있어서도 박 수석의 일관된 소신은 '공급확대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정부 시절 차관으로 있으면서 청와대 참모, 이른바 '386 의원'들과 갈등을 빚은 것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이었다. 당시 청와대와 일부 여권이 양도소득세 중과세,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수요억제'에만 집중하자 박 수석은 '공급확대'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맞섰다.

이와 관련, 한 재정부 관계자는 "현 정부가 부동산정책에 있어 공급확대를 우선하는 등 시장원리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박 수석과 코드가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금에 대해 박 수석은 '감세론자'에 가깝다. 실용주의적인 성향에 따라 세금을 전략적으로 더 걷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만 "세율을 내리면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세수는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박 수석의 소신이다.

재경부 차관 시절에는 '사업용 부동산 거래세 인하'를 주장하다가 세수 감소를 우려하는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반대에 가로막히기도 했다. '감세론자'인 강만수 재정부 장관과도 코드가 들어맞는 대목이다.

산업은행, 우리금융지주, 기업은행을 대상으로 하는 '메가뱅크론'에 대해 박 수석은 우리금융 회장 시절 가장 강력한 주창자였다. 이 역시 '챔피언뱅크'의 출현을 주창한 강 장관과 생각을 공유하는 부분이다.

"어차피 다 나랏돈인데, 쪼개서 파는 것보다 합쳐서 파는 것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박 수석의 생각이었다. 당시 박 수석은 "우리금융이 부채를 동원해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을 인수하면 통합은행의 자기자본 규모는 그다지 커지지 않다"면서 '너무 크면 팔기 힘들다'는 논리를 반박하기도 했다.

현재 정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산은 지주회사의 지분 매각을 개시하되 민영화 과정에서 은행 간 인수·합병(M&A)을 통한 '메가뱅크' 출현의 가능성은 열어두기로 한 상태다. 박 수석이 적극적인 정책조율에 나설 경우 앞으로 메가뱅크 출현을 간접적으로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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