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보다 뜨거운 '아고라 논란'

성연광 기자 | 2008.06.23 09:17

여론왜곡이냐? 집단지성이냐?

촛불정국의 사이버 진앙지로 주목받은 '다음 아고라'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촛불 민심이 수그러드는 기색을 보이자 보수진영에선 '비정상적인 쓰레기', '디지털마오위즘', '사이버테러'라며 일제히 반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잠재돼왔던 미디어 갈등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표출됐다고 분석한다.

◇'열린 소통구조'의 위력

아고라는 '참여', '소통', '집단지성'을 표방하는 인터넷 흐름, 즉 웹2.0 서비스의 결정판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다음은 당시 '포털 고유권한'인 페이지 상단 노출을 결정하는 편집권한까지 이용자들에게 부여했다. 네티즌들의 집단지성을 믿었던 것. 실제 페이지 상단 노출 글은 네티즌들의 추천수와 클릭수에 따라 결정된다. 서명기능도 아고라가 열린 소통창구로 자리잡을 수 있던 이유다.

아고라의 소통 구조는 쇠고기 이슈만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지난 2006년 서울 인사동 쌈짓길 유료화 정책을 추진했던 쌈지가 아고라 네티즌들의 서명운동으로 계획자체를 보류했다. 지난해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고와 관련해 태안반도 살리기 네티즌 모금운동도 아고라에서 처음 시작됐다.

즉, 2년간 축적된 아고라만의 '소통구조'가 '미국산 쇠고기'라는 초대형 이슈와 결합하면서 가공할만한 폭발력을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1인미디어 '블로그'의 보편화와 트래백(엮인글)으로 대표되는 블로거들의 거미줄 네트워크가 다양한 민의를 뭉치는 힘으로 작용했다.


◇여론왜곡 Vs 집단지성

아고라에 가해지고 있는 비판은 부정확한 정보의 무분별한 유통과 다수에 의한 여론조작이 핵심이다. 실제 '여대생 사망설'과 '경찰 프락치에 의한 폭력조장설'처럼 부정확한 정보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참여자간 자정운동도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촛불정국과 맞물려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가 나돌 경우, 또다른 네티즌들이 반박글을 쉴새 없이 올린다. 촛불시위를 촉발시킨 곳도 이 공간이지만, '비폭력 운동'이 촉발된 곳도 바로 여기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토론방'과 '블로그'를 통해 작은 지식들과 경험들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집단지성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열린 민주주의 시대의 가능성을 타진하기에 충분했다"며 "한편에선 부정확한 정보 유통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지만, 네티즌들의 자정은 이같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할 만 하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시각과 가치들이 교차되는 공간. 디지털 소통방식에 대한 빛과 그림자가 함께 공존하는 공간. 현재 다음 아고라는 참여 민주주의 시대의 1호 공론장으로서 중요한 시험무대에 올라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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