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그룹 임회장, 로비에 관여했나?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 2008.06.23 10:15

로비스트 최승갑씨 "정치권과 검찰에 20억 뿌렸다"...영장 발부 오늘 결정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로비스트를 자처하는 최승갑씨에 대한 구속 여부가 23일 오후 3시 법원의 영장 실질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경호업체에 투자하면 돈을 4배로 불려주겠다고 속여 박모씨 등 3명으로부터 7억여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최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씨에 대한 경찰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한때 법조계를 뜨겁게 달궜던 '대상그룹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법조 일각에선 검찰의 수사 결과에 따라 '대상그룹발 법조비리'가 터질 개연성이 높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 대상그룹 로비의혹 사건은 무엇=대상그룹은 1997년 서울 방학동의 조미료 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하고 기존 공장 부지에 아파트 건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지에 매립돼 있던 폐기물 처리를 위해 삼지산업을 인수하기로 한다.

이듬해 임창욱 회장과 임직원 유모씨 등은 삼지산업을 통해 약 5만㎡의 부지에서 발생한 폐기물 30여만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처리비용을 과다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72억2000만원을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에 대해 인천지검은 2002년 7월 유모씨 등 3명에 대해서만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임 회장에 대해서는 2004년 1월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참고인 중지 결정을 내렸다.

삼지산업의 폐기물 처리 수의 계약에 관여한 직원 2명의 진술을 들을 필요가 있지만 이들이 국외에 머물고 있어 불가능하다며 임 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한 것.

하지만 법원이 유씨 등에 대한 재판을 통해 국외에 머물고 있는 직원들의 증언 없이 임 회장의 범행을 간접적으로 인정 하자, 앞선 검찰 수사에 대해 논란과 의혹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인천지검이 대상그룹 수사를 하는 와중에 특수부장과 담당검사 모두를 교체한 사실이 알려지자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와 함께 참고인 조사 중지 결정 시점이 임 회장과 사돈 관계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홍석조씨가 인천지검장으로 부임하기 직전에 이뤄져 '봐주기 수사'라는 비난이 줄곧 제기됐다.

◆ 법무부장관 "검찰의 본분을 망각한 사건"=2006년 2월1일 단행된 법무·검찰 검사장급 인사에서, 부실수사의 책임론에 힘입어 당시 인천지검장이었던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이 부산고검장으로 '좌천성 이동'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를 두고 청와대와 천정배 법무장관이 심각한 이견을 보이며 미묘한 갈등도 있었다.


당시 청와대와 대검은 이종백 지검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8인회' 멤버였던 관계 등으로 서울고검장이나 법무연수원장으로 보내길 원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사회적 거악을 척결해야 하는 검찰의 본분을 망각한 사건"이라며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밝힌 천 장관뿐만 아니라,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인사상 불이익'을 권고한 바 있다.

이렇듯 당시 인천지검의 대상그룹 비자금 수사는 법무부와 법무장관이 공인한 '부실 수사'였다.

◆ 검찰 수사 전망=일단 '로비 청탁'과 관련해선 최씨와 대상그룹의 주장이 일치한다. 하지만 왜 최씨가 로비의 전면에 나섰는지에 대해선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대상그룹측은 "최씨가 스스로 임 명예회장에게 접근해 사기를 친 것"이라는 반면, 최씨는 "임 명예회장의 부탁을 받고 정치권과 검찰에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우선 규명해야 할 부분이다.

또한 로비용으로 뿌린 돈의 액수와 관련해 초기엔 양측의 주장이 '15억원'으로 일치했지만, 최씨는 경찰에 검거된 이후 "임 명예회장을 위해 정치권과 검찰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뿌렸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직내부의 전·현직 구성원에 대한 조사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일단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사건을 송치 받는 대로 최씨의 사기 혐의는 물론 로비 의혹 전반에 대해 수사할 방침이다.

양측이 인정하는 '검찰 수사 전반에 대한 로비 의혹'과 '당시 수사팀의 부장과 담당 검사가 교체된 이유'에 대해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검찰 수사를 통해, 최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밝힌 로비자금을 전달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드러날 경우 후폭풍은 일파만파로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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