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정원서 커피한잔"감동있는 병원

머니투데이 최은미 기자 | 2008.06.23 09:23

[병원도기업이다]19. 미즈메디병원

미즈메디병원 1층에는 외래진료실이 없다. 대부분의 병원 1층에 외래진료실이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병원에 들어서면 입구 바로 옆에 위치한 직원이 처음 온 환자의 안내를 맡는다. 각 과 진료실 앞에서 웅성대며 차례를 기다리는 환자들도 찾아볼 수 없다.
↑강서미즈메디병원 2층 라운지 모습. 환자와 보호자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한다. 라운지에 앉으면 잘 가꿔진 정원이 바로 보인다.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병원 개원 전인 1985년에 처음으로 미국 UCLA병원을 찾았는데 1층에 아무것도 없이 탁 트여있었다"며 "1층은 외래진료실이 차지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병원 인테리어의 중요성이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찾는 곳 인만큼 그들을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환자가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빽빽하게 들어서있는 외래진료실과 기다리는 환자들을 본다면 가뜩이나 아픈 환자들이 얼마나 답답하겠냐'는 환자중심의 시각에서 병원을 설계해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래서 외래진료실을 모두 위층으로 올렸다. 1층은 로비와 통로로만 활용하도록 했다. 기다리는 환자들로 넘쳐나는 공간이 아니라 쾌적하고 탁 트인 공간이다. 2층은 커피라운지와 정원 등 환자와 보호자들의 휴식공간으로 꾸몄다. 병원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잠시나마 달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일반 카페에서 제공되는 수준의 커피가 무료로 제공되며, 병원을 찾는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라운지에 앉으면 잘 가꿔진 정원이 바로 보인다.

노 이사장은 "환자들에게 진료와 별개로 편안함과 안락함을 주고 싶었다"며 "마음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환자를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면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충분히 감동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즈메디병원은 현 제일병원을 창설, 30여 년간 원장과 이사장을 역임한 고 노경병 박사(노성일 현 이사장의 부친)가 말년에 사재를 출연해 설립한 병원이다. '호텔 같은 병원'을 표방하며 1991년 서울 강남, 2000년 강서구에 개원, 10여 년 전부터 발레파킹 서비스 등을 제공해왔다.

노 이사장은 "병원 내부의 고급 인테리어가 주는 위압감 때문인지 개원했을 땐 직원 200명이 기다리는데 환자가 100명도 안 왔었다"며 "3개월 간 밥도 못 먹을 정도로 마음을 졸였지만 처음의 가치를 끝까지 밀고나가 결국 인정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즈메디병원은 강남ㆍ강서 두 병원 합해 하루 1800여 명의 외래환자가 방문하며, 연간 4000여 명의 신생아가 태어난다. 여성 질환 수술 건수도 연간 2만 여건에 달한다. 80여 명의 전문의와 600여 명의 직원이 활동한다. 두 병원을 합해 130병상 규모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병상 당 의료진을 포함, 5~6명의 직원이 배치된 셈이다.

그는 "강서병원은 100병상에 전문의만 60명, 직원 450명이 일하고 있다"며 "대다수 공공의료원이 병상 당 1~2명의 직원을 배치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경쟁력을 가진 셈"이라고 밝혔다.

강남병원은 불임, 강서병원은 산부인과와 소아과를 전문영역으로 특화했다. '여성전문'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코스메틱' 분야에도 진출, 오는 10월 전용건물을 신축할 계획이다. 강서병원 지상주차장 부지에 지상 6층, 지하3층 규모(2314㎡)로 지어질 건물에는 성형외과와 유방센터가 입주한다. 다음해 11월 완공이 목표다.

미즈메디병원의 비전은 '세계적인 여성병원'이다. 전세계 병원들과 견줘도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수적. 노 이사장은 떠도는 유동자금이 병원 발전에 쓰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 국민의 생명과 노후를 책임지는 것은 병원"이라며 "자본은 미래를 위해 투자될 때 가장 가치 있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병원으로의 자본유입을 막고 있는 영리의료법인 불허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 이사장은 "영리법인이든 비영리법인이든 이익이 없으면 존속할 수 없다"며 "병원운영에도 다양성을 인정해 사회 곳곳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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