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아니다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6.22 02:01

FT "1970년대와 분명히 '분명히' 달라…회복세로 돌아설 것"

1970년대 영국 경제는 경기불황 속에서도 물가는 계속해서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었다. 당시 영국은 '유럽의 병자'(sick man of Europe)로까지 불릴 정도로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그리고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되던 1965년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2.5%, 물가상승률은 4.4%였다.

현재 영국 경제지표는 1965년 상황과 놀라우리만큼 비슷하다. 전년대비 경제성장률은 2.5%, 물가상승률은 4.4%다. 많은 경제 비관론자들은 이 같은 지표를 근거로 영국경제가 또다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영국경제가 그동안 '소비과열'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고 주장한다. 즉 영국경제는 외형상 성공적으로 성장해 왔지만 내부적으로는 개인 채무의 증가, 부동산 경기 과열, 정부 재정 과다 지출이라는 병을 앓고 있었다는 얘기다.

영국 최대 모기지 대출 은행인 HBOS도 올해 집값이 9%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 같은 비관론자들의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또한 부정적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비관론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영국 통계국은 17일 5월 영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 3.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997년 이후 10년여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후 BOE의 머빈 킹 총재는 달링 재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올 하반기 인플레이션이 4%를 넘어설 수 있다"고 밝혔다. BOE의 인플레 목표는 2%다.

킹 총재는 이날 그동안 고수하던 '금리인하' 기조를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5월 CPI 발표 후 가진 연설에서 그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영국 근로자들의 수입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상황이라면 하반기 인플레는 4% 넘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비교적 높은 수준인 기준금리 5%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계속 오르자 BOE는 경기부양을 포기하면서 물가잡기에 나서야 하는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영국 노동조합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에 돌입할 태세를 보이자 정부 당국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듯한 재스쳐를 취하기도 했다.


달링 장관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모두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며 노동자들의 고임금이 물가상승을 초래했다는 뉘양스의 발언을 했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러나 이 같은 상황 속에서도 영국 경제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적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비관론자들의 주장은 지나치게 과장됐다고 꼬집었다.

FT는 첫번째로 영국 기업들의 재무적 건전성을 그 근거로 들었다. 건강한 영국 기업들이 영국경제의 회복을 이끌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영국의 경제성장이 소비과열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에 기초했다는 주장도 '신화'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영국의 가구당 소비는 지난 6년간 3%포인트 하락했다. 소비과열은 없었단 얘기다.

FT는 또한 높은 임금이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2004년부터 3년간 영국의 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밑돌며 정상적인 수준에서 상승해왔다.

이 같은 상황은 근로자들의 높은 임금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했던 1970년대 상황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FT는 오히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2007년 취임 전까지 10년간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브라운 총리가 경제호황기 때 신용대출을 남발하는 정책을 내놨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분간 영국인들에게 현재 경제상황은 쉽지 않겠지만, 2~3년이내로 영국경제는 다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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