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 함정에 빠진 자산관리공사

더벨 김민열 기자 | 2008.06.25 07:30

쌍용건설 우선협상자 7월 중순에나 윤곽…옥상옥 의사결정 구조로 기업가치만 훼손

이 기사는 06월22일(15:3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퍼블릭 딜'은 인수합병(M&A) 대상기업을 공개경쟁입찰(Competitive Aution) 방식으로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법정관리나 워크아웃 등 공공 딜이 대표적이다.

수의계약 방식이 아닌 만큼 비딩 방법은 다소 경직적이다. 입찰가격을 마지막 순간까지 공개하지 않고 '비밀 비딩 방식(Sealed Bid)'으로 진행하는 것이 원칙. 골드만삭스가 주로 애용해 골드만 옥션(또는 프로그레시브 딜)으로 불리는 '오픈 비딩'과는 달리 가격조정 여지가 거의 없다.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인수합병(M&A)에 대한 경험이 없었던 데다 가격 일변도의 비딩이 야기할 수 있는 국가 경제적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퍼블릭 딜' 방식이 주류를 이뤘다.

매각방식에 따라 단순히 분류되던 '퍼블릭 딜'은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대상 매물이 하나둘씩 줄어드는 가운데 빅딜이 나타날 때 마다 치열한 경쟁과 함께 후보간 네거티브 전략도 뜨거워졌다. 자연스레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 매각 당시 새로운 방식을 꺼내 들었다. 평가기준 정보의 사전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입찰제안서 접수 당일 이를 개봉하지 않고 평가기준을 확정한 것. 캠코는 입찰제안서 내용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기준을 확정했기 때문에 공정성에 문제가 없다고 자신했다.


최근 진행중인 쌍용건설 역시 같은 방식을 적용중이다. 매각기업의 사이즈는 전혀 변수가 되지 못했다. 문제는 공정성의 함정에 빠졌다는 점이다.

지난 11일 본 입찰을 열고 동국제강, 남양건설 2곳으로부터 받은 입찰제안서를 금고 속에 넣어 보관하는 한편 자산매각심의위원회를 열고 우선협상자 선정기준을 논의했다. 다음날 캠코는 내부 상임이사(7명)와 사외이사(7명)를 소집해 이사회를 열고 선정기준을 추가 논의한 데 이어 19일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경영관리위원회(당연직 7명, 위촉직 2명 등 9명)를 통해 확정했다.

동일 사안에 대해 세 차례나 회의를 가진 뒤에서야 선정 기준을 힘들게 정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우선협상자를 뽑기 위해 똑같은 과정을 다시 되풀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캠코 관계자는 "위원들간 개인 사정 등으로 일정을 잡기 힘들어 이달 중에는 결론을 내기 힘들다"며 "다음달 중순께나 우선 협상자가 선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 매각을 위한 주관사 선정방안을 심의 의결한 것은 작년 5월14일. 공정성과 전문성에 대한 부담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옥상옥'이 됐고, 그 결과 1년이상 매각작업이 진행되는 것이 일상화 됐다.

새 주인을 찾아주는 작업이 늦어질수록 해당 기업의 가치가 위험에 노출될 확률은 그만큼 커진 셈이다. 기업가치가 훼손될수록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의 목표에도 차질이 생긴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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