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예상보다 큰 인적쇄신 배경은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6.20 18:05
20일 단행된 청와대 개편은 예상보다 폭이 컸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곽승준 국정기획수석이 동시에 청와대를 떠난다.

촛불시위로 대표되는 민심이반에도 불구하고 한 달 이상 지루하게 인적쇄신을 끌 정도로 이 대통령이 체질상 '사람 자르기'를 싫어한다는 점에서 이번 청와대 참모진의 대폭 개편은 뜻밖이라는 평가다.

이 대통령은 인사를 단행하면서 '국민 눈높이'를 최우선 잣대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경질 규모를 놓고 소폭, 중폭, 대폭 등 각종 설이 난무했지만 결국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

이 대통령은 자신의 최측근까지 모두 쳐내는 '읍참마속'의 자세가 아니고서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고 한다. 지난 19일 특별기자회견 당시 이 대통령은 "첫 인사에 대한 국민의 따가운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여 국민 눈높이에 모자람이 없도록 인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뼈저린 반성" "자책" 등의 강도 높은 표현으로 한껏 고개를 숙여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는 동시에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10%대로 추락한 국정 지지도를 끌어올리고 새 출발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특히 이번 인선에서는 1기 청와대팀과 달리 재산규모, 출신지역, 학교 등을 두루 고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의 평균 재산이 36억7000만원에서 16억3000만원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고 지역도 서울을 제외하곤 영남 일색이던데서 벗어나 호남으로 확산됐다.


이와 함께 정권의 명운까지 좌우할 정도로 확대된 쇠고기 파동의 1차적 책임이 청와대 참모진에 있다는 이 대통령의 인식도 청와대 전면 개편을 부르는 요인이 됐다.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직전 쇠고기 협상을 마무리짓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정상회담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여 쇠고기 협상이 우리측에 불리하게 타결됐다는 비판을 이 대통령도 인식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특히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비난 여론이 '촛불집회'로 번져가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정무와 홍보라인에서 민심 수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쇠고기 사태가 더욱 악화됐다는 지적도 감안했다고 한다.

청와대를 포함한 여권 내부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온 파워게임도 대대적인 인적쇄신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한몫했다는 해석이다. 새로 출범하는 청와대 조직을 정무수석과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하는 팀제로 운영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무수석과 경제수석이 좌장 역할을 하면서 정무팀과 경제팀을 통솔하기로 한 것은 이전 수석들이 위계질서 없이 잦은 충돌을 보였던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베스트 클릭

  1. 1 계단 타고 2층에 배달한 복숭아 2박스…"한박스는 택배기사님 드세요"
  2. 2 끔찍한 '토막 시신', 포항 발칵…"아내 집 나가" 남편은 돌연 배수관 교체[뉴스속오늘]
  3. 3 [단독]의협 회장 반발에도…"과태료 낼라" 의사들 '비급여 보고' 마쳤다
  4. 4 손흥민, 부친 손웅정 감독 앞에서 "은퇴 후 축구 일은 절대 안 해"
  5. 5 "냄새난다"…50대 직장동료 세탁기에 넣고 돌린 일본 30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