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떠나는 대통령의 남자 류우익,곽승준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6.20 15:46
두 남자가 떠난다. 청와대를. '최측근'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해 '대통령의 남자'로 불리는 류우익 대통령실장(59)과 곽승준 국정기획수석(49)이 그들이다. MB정부 1기 청와대 팀이 공식 출범한지 불과 116일만에 '해체'수준으로 개편되면서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

◇류우익, 이데올로그+말동무 = 류 실장은 이 대통령이 재선의원이던 1996년 '경부운하'를 계기로 맺은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시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였던 류 실장은 이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원(GSI)에서 각종 정책공약 개발을 주도했고 작년에는 GSI 원장을 맡아 국정철학을 가다듬었다. 경북 상주 출신으로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킬대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세계 지리학연합회 부회장을 지냈다.

이처럼 류 실장은 이명박의 이데올로그(ideologue·이론가)였지만 동시에 말동무라고도 할 만큼 흉금을 털어 놓고 지내는 막역한 사이였다. 청와대를 총괄하는 막강한 실권에 대통령의 마음까지 얻은 류 실장은 집권 초반기 청와대를 넘어 정부까지 무소불위의 파워를 자랑했다.

하지만 대한민국호의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가 제 역할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 속에 국정혼선을 초래한 책임을 지고 117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집권 초반 '왕실장'으로 불리던 류 실장은 막강한 파워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작은 일에 집착해 '주임상사'라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결국 DJ정부 시절 전윤철, 이상주 비서실장에 이어 역대 세 번째 '단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류 실장은 이날 오전 마지막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그동안 여러가지로 애를 많이 썼다"며 수석들을 위로하고 "쇠고기 추가협상이 마무리되는 등 큰 매듭들이 지어진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승준, MB정부의 황태자 = 곽 수석의 교체는 청와대 안팎에 큰 화제가 됐다. 대규모 인적쇄신에도 불구하고 이주호 교육과학문화 수석과 함께 마지막까지 유임이 확정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선 발표일 하루 전인 19일, 곽 수석의 경질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소수의견으로 치부됐던 것은 그만큼 대통령의 신임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곽 수석 본인도 19일 밤에야 교체 사실을 통보받았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출신인 곽 수석은 경선 당시 한나라당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으로 한반도 대운하 등 이 대통령의 핵심 정책과 공약 개발을 주도한 1등 공신으로 꼽힌다. 곽 수석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서울시장 캠프 시절이었다. 환경경제학을 전공한 곽 수석은 대운하의 사업성 평가를 맡았고 깔끔한 일처리와 기획력으로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현대건설 고위직 출신인 곽 수석의 부친과 이 대통령이 절친한 사이로 수십 년 전부터 개인적 인연을 쌓아왔고 실제로 대통령이 수시로 편하게 불러 의견을 나누는 모습이 목격되면서 최측근으로 급부상했다.

정부 출범 후에는 국정기획수석을 맡아 공기업 민영화와 각종 규제완화라는 MB정부의 핵심정책을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을 놓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심각한 갈등을 드러냈고 김중수 경제수석과도 경제정책 주도권을 둘러싼 마찰로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공기업 민영화 연기 여부를 놓고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국정기획수석실 관계자들은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타이틀과 공기업 민영화 등 악역을 맡아 부정적 인식이 있지만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합리적이고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 전면개편이라는 큰 흐름에 밀려 교체됐지만 곽 수석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여전한 만큼 다른 곳에 중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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