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국내 석유가격 전격인상

머니투데이 유일한 기자 | 2008.06.20 08:38

국제 유가 급락 불국 중국내 인플레 압력 높아져

중국 정부가 마침내 국내 석유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막대한 소비 증가로 국제유가 급등을 주도했다는 '누명'을 쓴 중국이 고유가 대책의 하나로 '아주 민감한' 가격을 올리는 혁신적인 조치를 취한 것이다. 국제유가는 급락, 전세계 인플레이션 위험을 더는 역할을 했다. 반면 중국내 인플레는 보다 강한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마침내 석유 가격 인상
중국 정부가 휘발유와 디젤 가격을 20일부터 전격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10% 인상한 이후 7개월만이다.
국내 공급 부족과 더불어, 에너지 가격 억제로 인해 수요가 급등, 국제 유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지난 19일 국가 개발개혁위원회의 발표를 인용, 국내 휘발유가격과 디젤가격을 입방미터당 1000위안(144.90달러) 인상한다고 밝혔다. 인상률은 17~18%에 달한다. 항공요금은 25%나 오르게 된다.

전기요금도 다음달 1일부터 4.7% 인상될 예정이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인 중국의 이번 에너지 가격 인상폭은 최근 4년동안 가장 큰 것이다.
원유시장 공급은 증가할 전망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오는 22일 제다 회의에서 하루 최소 20만배럴의 증산을 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쿠웨이트까지 국제유가 급등이 문제가 많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공급은 이전보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유가 급락..소비 감소 전망 확산
중국의 에너지가격 대폭 인상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락했다. 19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가격은 전날에 비해 배럴당 4.75달러(3.5%) 하락한 131.93달러로 마감, 지난 10일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최고가는 139.89달러다.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3.1% 떨어진 132.20달러로 마감했다. 최고가는 139.32달러다.

7월 인도분 휘발유 가격도 3.2% 하락한 갤런당 3.3575달러로 떨어졌다.

MF 글로벌의 에너지 위험관리 부문 부대표인 마이클 피츠패트릭은 "중국의 가격인상은 전세계 석유 수요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나이지리아 정유공장 폐쇄 등의 여파로 배럴당 137.35달러까지 치솟았지만 소비 메이저 국가인 중국의 가격 인상 조치로 급반전했다.

와코비아증권의 에릭 위테나우어 애널리스트는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국가가 석유 소비 증가를 주도했다. 정부 보조금과 석유 가격 상한제로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소비가 급하게 늘었다"며 "이같은 지원이 약해지면 수요는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 증가 대폭 감소..중국 인플레는 가중
메릴린치는 중국 정부의 석유 가격 인상으로 중국내 수요 성장이 3분의 1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9일 보도했다.

메릴린치의 글로벌 상품 리서치를 책임지고 있는 프랜시스코 블랜치 대표는 "이번 조치로 세계에서 가장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소비 증가율이 1.5%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당한 소비 파괴가 예상된다"며 "원유시장에 일정한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큰 조류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식료품과 더불어 전세계 인플레를 주도하고 있는 석유 가격이 20% 가까이 증가함에 따라 중국내 물가 상승 압박은 한층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석유 가격까지 인상됨에 따라 중국 당국의 긴축 정책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플레의 초점은 식료품 가격에 쏠릴 수 밖에 없다.

다만 이번 가격 인상 조치가 하반기 물가 안정을 확신한 자신감의 표현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5월 소비자 물가는 7.7% 상승했다. 하반기 물가 상승률은 6%대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블랜치는 "에너지 가격 인상으로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박은 증가할 것"이라며 "중국 이외의 인플레는 상당히 안정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큰 폭의 소비 감소가 확인돼 유가가 하락세로 전환하면 전세계 인플레는 완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는 "중국은 추가적인 에너지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에너지 가격이 국제적인 수준보다 크게 낮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환경세 부과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중국, 고유가 주도 비난.."너무 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고유가의 원인이 중국의 석유 탐욕 때문이라고 비난해왔다.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정부 보조금 덕분에 중국 소비자들은 싼값에 석유를 소비했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사재기도 도마에 올랐었다.

월가 은행들의 원유 선물 투기, 약달러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중국 인도 등 이머징국가의 소비가 유가 급등을 주도했다는 분석이 주류였다.

이번 가격 인상으로 이같은 비난은 뜸해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에 있는 컨설팅업체인 로디엄 그룹의 중국 에너지 전문가인 트레버 하우저는 "중국은 미국이 유가 급등과 관련해 가장 비난하는 나라였다. 이제 이런 비난은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위안화 절상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이 중국을 경제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양대 이슈는 크게 희석됐다고 전했다.

하우저는 "10%대 고성장 국가인 중국에서 석유 소비가 증가하는 것은 문제가 안된다. 유가가 급등했지만 소비는 늘어나는게 당연하다"며 "대체에너지가 있다면 소비가 크게 줄겠지만 중국의 사정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 5년간 전세계 연평균 석유 소비 증가율은 1%에 불과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때문에 수요보다는 공급 한계, 산유국의 정정불안, 금융기관의 투기 등이 더 큰 문제라는 입장이다.

컨설팅업체인 하이 프리컨시 이코노믹스의 칼 와인버그는 "중국은 상대적으로 석유 소비가 적다. 중국이 비난받을 만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석유 소비는 전세계의 10%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철강 소비는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구리는 4분의 1을 차지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007년 중국의 에너지 소비는 석탄이 70.4%, 석유가 19.7%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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