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알고 있었다"..베어 매니저 기소

뉴욕=김준형 특파원 | 2008.06.20 04:14

뉴욕검찰, 이메일 증거로 제시 "서브프라임 전체 망가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출발점이 된 베어스턴스 헤지펀드를 운용했던 펀드매니저 2명이 체포됐다.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서브프라임 사태'에 대한 본격적인 사법적 단죄가 시작된 셈이다.

뉴욕 동부 지검은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전 베어스턴스 선임 펀드매니저였던 랄프 치오피와 매튜 탠닌을 이날 각각 뉴저지주 테너플라이와 뉴욕주 맨해튼의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운용했던 구조화 파생상품 관련 펀드들은 지난해 7월 파산,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화의 신호탄이 됐으며 펀드 투자자들은 2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자산 대부분을 날렸다.

검찰은 이들이 자신들이 운용하고 있는 펀드 가치가 급락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을 오도하지 않는 등 총 9가지 범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이들이 투자자들에게 '펀드는 안전하다'는 보고서를 발송하기 며칠전부터 이미 펀드가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을 시사하는 탠닌과 치오피의 이메일 교신 내용을 증거로 제시했다.

탠닌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문제가 불거지기 한참전인 지난해 4월22일 치오피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부채담보부증권(CDO) 가치 평가보고서 내용이 맞다면 전체 서브프라임시장이 망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AAA 등급 채권이 전체적으로 하향된다면 우리가 돈을 벌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잘 살펴보면 CDO보고서가 맞다는 것을 알수 있다"며 "우리는 매우 매우 안좋은 상황에 처해있다(We are in bad bad shape)"고 적었다.

그러나 탠닌과 치오피 및 다른 베어스턴스 임원들은 4월25일 투자자들을 만나 이들이 운용중인 펀드의 유동성은 어떤 상황이 닥쳐도 버틸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기소장에서 치오피가 3월부터 펀드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다며 그가 동료에게 "3월 실적때문에 죽을 지경"이라고 말한 점을 예로 들었다.

탠닌은 다른 동료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믿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투자자들이 돈을 펀드에 더 집어넣도록 하는데 성공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오피와 탠닌은 혐의 내용에 대해 무죄를 주장했으며 일단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다음달 19일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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