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선진화"로 공기업 개혁 재시동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08.06.19 14:53

'개혁' 대신 '선진화'로 용어 대체

-선진화라는 용어 처음으로 사용
-개혁 피로증 벗고 국가경제 업그레이드
-국정 안정에 따라 완급조절 할 듯

이명박 대통령이 19일 특별기자회견에서 '쇠고기 파동'에 밀려 동력이 떨어진 공기업 개혁 과제를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공기업 선진화, 규제 개혁, 교육제도 개선 등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일들은 철저히 준비해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기업과 관련, 눈길이 가는 대목은 '선진화'라는 용어다. 정부는 그동안 주로 '공기업 개혁'또는 '공기업 민영화'란 말을 써왔다. 이번에 처음으로 '개혁'을 '선진화'로 대체한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민영화는 적합한 표현은 아니고 선진화가 적합하다"며 "정부가 직접 소유하면서 경영만 선진화하려는 공기업도 있어서 일률적으로 민영화라고 할 수는 없다"고 직접 설명했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공기업 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시키자는 취지로 선진화라는 용어를 동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공기업 개혁이 단순히 민영화나 인원 구조조정 등 일방적인 게 아니라 국가발전을 위한 쌍방향적 과제임을 강조하려는 의도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쇠고기 촛불시위가 장기화되는 과정에서 개혁 피로감이 국민들에게 박혀 있다고 보고 용어를 부드럽게 순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용어 해석과는 별개로 이 대통령이 밝히고자 한 요체는 현재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공기업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데 '중단'은 없다는 것으로 읽힌다. 쇠고기 문제와 겹친 '민영화 괴담'에 막혀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지만 공기업 구조개혁을 포기없이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의지다.


관건은 정국 안정화 시기다. 이날 특별기자회견에 이어질 쇠고기 추가협상 발표, 청와대 비서진 및 내각 인적쇄신 이후에 정국이 빠르게 수습된다면 공기업 개혁작업 재개 시점도 그만큼 앞당겨질 수 있다.

그러나 민심이 정부 수습책을 수용하지 않은채 대규모 '촛불시위'를 지속한다면 바라는 만큼의 속도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관계 공무원은 "공기업 개혁 드라이브는 국정이 안정되고 나서 큰 틀의 방향설정이 있는 다음에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 안팎에서는 공기업 개혁에 재시동을 거는 시점이 7월을 넘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관련법이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되려면 늦어도 그때까지는 '개혁 일정표'가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9월 정기국회가 가면 법을 변경해야만 되는게 있어서 국회가 열리면 당정이 협의해서 법을 바꿀 것은 바꾸고, 바꾸지 않을 것은 않는 대로 차근차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산업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20~30개의 공공기관을 민영화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지주와 정부소유 은행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 16개 민간기업도 매각할 예정이다.

주택공사와 토지공사를 통합하는 등 50여곳이 통폐합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 수도, 전기, 가스, 의료보험 등 4개 분야는 민영화 대상에서 공식적으로 제외됐다.

정부 당국자는 "민영화 대상에서 빠졌더라도 자체 구조조정과 효율화 작업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추가 논의과정에서 몇몇 곳은 개혁 방향이 바뀔수도 있지만 뼈대는 이미 세워놨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네 남편이 나 사랑한대" 친구의 말…두 달 만에 끝난 '불같은' 사랑 [이혼챗봇]
  2. 2 '6만원→1만6천원' 주가 뚝…잘나가던 이 회사에 무슨 일이
  3. 3 바람만 100번 피운 남편…이혼 말고 졸혼하자더니 되레 아내 불륜녀 만든 사연
  4. 4 20대女, 하루 평균 50명 '이 병'으로 병원에…4050은 더 많다고?
  5. 5 밤중 무단횡단하다 오토바이와 충돌 "700만원 달라"... "억울하다"는 운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