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19일 심해의 원유시추에 적합한 시추선(드릴십)이 턱없이 부족한 관계로 이 제안의 실효성이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서부와 알래스카 근해의 시추 금지 조치가 해제되더라고 깊은 해저까지 뚫을 시추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때문이다.
최근 수 년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시추선 수급은 심각한 병목현상을 빚고 있다. 이에따라 정유업계는 해저에 확인된 원유를 포기해야했고 새로운 원유 탐사 시도 역시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닌 상황이었다.
유가가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급등세를 보이자 시추선은 향후 5년간 계약이 끝나버렸다. 상당수 석유 기업들은 시추선이 인도될 때까지 탐사를 멈출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대부분 시추선 수주는 아시아 조선사들이 휩쓸고 있다. 이중 가장 복잡하고 비싼 대형 시추선은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한국의 대형 3사가 독차지하고 있다.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이들 빅3는 유례없는 초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들 시추선메이저들은 수요가 워낙 많다보니 지난해 척당 가격을 1억달러이상 올려 5억달러 정도로 조정할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브라질 석유기업인 페트로바스에서 멕시코만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알베르토 귀마래스는 "오일 시추선 발주는 어디에서나 심각한 경색을 빚고 있다"며 "배가 없기 때문에 거의 100% 석유 회사들이 투자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 없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페트로바스는 지난해 11월 리우데 자네이루 남쪽 2000마일 심해에서 세계최대의 원유매장량을 발견했다고 호기있게 발표했다. 그러나 페트로바스가 현재 보유한 6500피트 이하 심해 시추선은 고작 3척 뿐이다. 말그대로 '그림의 떡'일뿐이다. 절망을 느낀 페트로바스는 2017년까지 69척으로 늘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시추선 제조 조선사들은 한마디로 신이 났다. 실적이 대거 호전되면서 신기술을 적용한 최고급 시추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결과 이전에 접근이 불가능했던 심해의 원유도 개발 가능한 범위에 들고 있다. 이는 언젠가 원유 공급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만 16개 시추선이 석유 회사로 인도될 예정이다. 이는 지난 6년간 인도된 시추선의 2배에 이른다. 올해부터 2011년까지 75척의 초대형 심해시추선이 인도될 것이라고 시추선 조사업체인 ODS-페트로데이터가 전했다. 한국에서 노르웨이까지 거의 대부분 조선소는 정규 근무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노동자들로 넘쳐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재규 애널리스트는 "근해 탐사 시장은 요즘 세계 조선사업에서 가장 열기가 뜨겁다"고 말했다.
한편 NYT는 이 기사에서 거제도 앞바다에서 최종 점검받고 있는 삼성 중공업의 대형 시추선 '웨스트 폴라리스'의 사진을 게재하고 자세한 설명을 담았다. 이달중 인도될 예정인 웨스트 폴라리스는 6만2400톤급이며, 2차 세계 대전때의 항공모함보다 크다.
삼성중공업 근해 시추선 사업부를 담당하고 있는 이해성 상무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석유는 거의 메말랐다"며 "시추선 사업의 미래는 심해 탐사와 시추에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9억4200만달러 규모의 심해드립십을 수주했다. 웨스트 폴라리스 수주 가격 4억5300만달러의 2배가 넘는다. 이 배는 북극해와 같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시추가 가능하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의 드릴십 수주는 78억달러로 2005년 15억달러에서 껑충 뛰었다.
*드릴십이란 해상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깊은 수심의 해역이나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원유와 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시추 설비다. 선박의 기동성과 심해 시추능력을 겸비한 고기술, 고부가 가치 선박이다. 드릴십 발주는 2000년 중단된 이래 5년 만인 2005년 8월 재개됐으며, 한국 조선업체들이 싹쓸이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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