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잇단 반도체설계 기업 인수 "왜?"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 2008.06.18 16:03

적은 비용으로 신사업 진출 용이... 팹리스 태생적 한계 드러나

하이닉스반도체와 LG디스플레이, 동부하이텍, 보광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중소 반도체설계 전문업체들을 잇따라 인수하고 있다. 이유는 중소 팹리스 업체들이 홀로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반도체 핵심 설계기술에 탐을 내는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잇단 팹리스 인수= 하이닉스반도체는 18일 실리콘화일의 지분 30%를 인수해 경영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하이닉스는 개발, 생산 및 판매 등 전분야에서 공동 협력키로 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일정 기간 이내에 실리콘화일의 지분 30%를 취득해 경영권을 행사키로 했다고 말했다.

신백규 실리콘화일 사장은 "양사가 경쟁하지 않고 하나의 회사처럼 움직여야겠다는 공통된 결론에 따라 하이닉스의 경영참여가 가능한 선의 지분 참여에 도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는 이에 앞서 휴대전화에 들어가는 소형 메모리반도체 전문업체인 피델릭스와도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 하이닉스는 현재 피델릭스의 지분 10%가량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적인 지분 참여는 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도 최근 141억 원을 투입해 팹리스 업체인 티엘아이의 지분 13%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티엘아이는 LCD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 부품인 타이밍컨트롤러와 LCD구동칩 등을 개발하는 팹리스 업체로 지난해 570억 원 매출을 기록했다. 티엘아이는 LG디스플레이가 필요로 하는 타이밍컨트롤러 물량의 4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보광그룹은 지난해 548억 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 팹리스 업체인 코아로직 지분 31.12%를 계열사인 STS반도체통신을 통해 인수한 바 있다. 동부하이텍 역시 LCD구동칩 업체인 토마토LSI 지분 36%가량을 인수했으며 추가적으로 전환사채(CB)를 취득해 지분을 51%로 늘릴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원인은 독자생존의 한계=하이닉스와 LG디스플레이, 동부하이텍 등 대기업들은 실리콘화일과 티엘아이, 토마토LSI 등 중소 팹리스 기업들에 지분을 참여하는가 하면 나아가 경영권 인수까지 노리고 있다. 이는 이들 대기업이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위험부담 없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 퀄컴으로 대변되는 팹리스 기업들은 반도체 설계만을 하고 생산은 외주에 맡기는 형태의 사업을 전개, 급변하는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제품을 개발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초기 시장 진입에 성공한 팹리스 기업들은 후발주자로 나선 대기업들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 등에 밀려 또다시 차기 제품을 개발하거나 신수종 사업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팹리스 기업들은 차기작 개발과 신사업 추진에 따른 막대한 비용 부담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팹리스 업체들은 최근 대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지분투자, 인수합병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다윈텍펜타마이크로, 코아크로스 등과 같이 팹리스 대표들이 보유한 주식 전량을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팹리스 산업은 디지털기기의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는데 따라 새로운 반도체 제품을 발 빠르게 개발해야만 생존 가능한 역동적인 분야"라며 "하지만 65나노공정 등 차세대 반도체 하나를 개발하는 데만 20억 원 가량의 개발비가 들어가는 등 충분한 자본력을 갖춰야만 생존 가능한 환경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부 대형 팹리스 기업만이 생존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대기업이나 대형 팹리스, 투자사들에 인수된 후 대표가 주식을 팔고 떠나는 사례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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