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양극화, 극복 해법은 뭔가

백경숙 리브로MD | 2008.07.02 12:27

[머니위크]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미국은 부유한 나라 중 유일하게 기본적인 의료보험서비스 제공을 시민들에게 보장하지 않는 국가다. 의료서비스 제공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결국 인생은 불공평한 법이고 세상의 불공평을 해결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병약한 유전자를 타고났거나 살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의료보험에 들지 못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면 그야말로 우연한 '불행'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현실을 먼 나라 얘기로 그저 흘려 들을 수 없는 이유는 바로 우리도 이런 '의료보험 민영화'를 앞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세계지성 49위에 빛나는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는 미국의 과거와 현재를 분석하며 경제위기에 빠진 미국이 풀어가야 할 미래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를 통해 의견을 밝혔다. 극심한 빈부차의 해결방안으로 미국 내 '국민의료보험 제도의 완성'을 지목한 것이다.

그가 주장하는 국민의료보험이 미국의 경제 양극화문제를 전부 해결할 수는 없다. 다만 국민의료보험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진보주의자들이 미국의 불평등을 고치는 더 광범위하고 어려운 임무에 눈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무엇보다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로 '정치'를 주목하고 있다. 부의 재분배를 거부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사회보장제도의 기반을 흔들자 2004년 이후 미국 경제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수백만의 중산층 가정들은 사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녀에게 기회를 마련해 주려고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고 있다. 결국 보수주의운동이 소수의 부유한 엘리트집단에게 이익이 되는 근본적으로 반민주주의적인 목표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는 현 시점에서 1920~1950년대 부유층과 노동자 계급의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었던 이른바 뉴딜정책기의 '대압착' 시대를 주목했다. 부자에 대한 세금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이 부활한 결과 하층계급으로의 소득과 부의 재분배는 물론이고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호황을 가져왔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사회 안전망 확충, 국민의료보험제도 도입 등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강조했던 존 메이너스 케인스의 방법론만이 경제 양극화의 늪에 빠진 미국을 구해줄 것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민영의료보험 확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요즘 폴 크루그먼의 '미래를 말하다'는 오늘날 한국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이 책은 미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어 준 독립전쟁과 남북전쟁, 그리고 20세기 중반에 일어났던 미국경제체제 개혁을 통해 선진사회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폴 크루그먼 /현대경제연구원BOOKS/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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