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외채' 딜레마

더벨 이승우 기자 | 2008.06.18 07:30

[FX Report]한은 "조선업체 선물환 매도 감소할 것"..환율 상승 요인 잠재

"순채무국으로 가는 것이냐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최근 외채 증가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정도이고,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도 큰 우려를 하고 있지 않다" 이광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17일 '최근 외채 동향' 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지난 달 21일, "단기외채 증가의 원인을 분석중이고 이를 억제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중이다"는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의 말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단지 정부와 한은의 차이로 보기는 어렵다. 그동안 외채에 대한 정부의 시각이 변했고 그 같은 변화가 한은을 통해 시장에 전해졌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상식적이다. 실제로 이 부총재보의 설명회가 끝난 후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은 "외채증가가 좋은 일은 아니나 우려할 것도 아니다"고 맞장구를 쳤다.

외채에 대한 시각 변화는 물가급등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등장하고 나서 부터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안정도 성장도 없다는 우려가 정부를 사로잡았다.

또 최근 유턴(U-turn)한 정부의 환율정책이 일시적인 것이 아님을 가늠케 한다. 환율 상승을 유도하고 싶어도 당분간 본색을 드러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외채 문제와 원/달러 환율은 직결돼 있다. 수출업체, 특히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단기 외채 증가로 연결되면서 최근 몇 년 동안 환율 하락을 주도해왔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06년과 2007년중 조선·중공업체들의 선물환 매도와 관련된 외채가 약 470억달러에 달한다. 2007년말 잔액기준 총외채 3822억달러의 12%를 넘는 규모다. 조선업체 선물환 매도는 미래에 들어올 달러를 미리 파는 것으로 금융회사들은 이를 위해 해외 차입을 한다. 이게 1차적인 외채 증가요인이다. 그리고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몰리게 되면 선물환율이 내외 금리차이 이상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이를 이용한 차익거래가 증가, 2차적인 외채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데 한은은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선물환 매도가 줄면 동시에 외채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조선업체 수주가 1015억 달러였다. 올해는 950억 달러로 줄어들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상반기에 이미 전년 동기대비 줄어들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수주가 줄어들면서 환율 하락과 외채 증가를 이끌었던 선물환 순매도는 작년 281억 달러에서 올해 196억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선업체들의 선물환 매도가 단기 외채 증가를 이끌었다면, 선물환 매도 감소는 외채 감소를 유발하게 된다. 또 달러 매물 감소는 단기 외환율 상승을 촉발할 잠재적인 변수로 풀이된다. 외환시장의 수급구도가 수요우위로 바뀌고 있다고 한은이 분석하는 이유다. 수급상으로는 환율 상승의 시나리오가 충분히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물가 안정을 위해 연일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환율 급등을 야기할 수 있는 단기 외채 감소가 반가운 소식만은 아닐 수 있다. 늘어도 걱정이지만 너무 갑자기 줄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정부는 "외환시장 흐름이 물가 안정 정책과 조화될 수 있도록 '확실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며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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