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독 될 수도" 당청, 여전한 알레르기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8.06.17 14:03
- 16대 대선·18대 총선서 넷심 등 돌려
- 이 대통령 "인터넷 악영향 경험 중"
- 靑·한나라, 인터넷 여론 대책 강구

2002년 한나라당의 대선 패배는 '인터넷 파워'를 간과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장남의 병역비리 '괴담'을 제기하던 인터넷 여론을 무시해 '넷심'(네티즌 민심)을 잡은 노무현 후보에게 청와대를 양보해야 했다 .

2004년 탄핵정국에서 이뤄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에 과반 의석을 내줘야 했던 것도 인터넷 '탓'이 컸다. 한나라당의 '구국의 결단'을 몰라준 넷심은 표심에서도 '반한나라당'을 외쳤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패배를 고스란히 현실의 패배로 받아들여야 했던 한나라당으로선 '인터넷'과의 악연은 다신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한데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이 '악몽'이 재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 대통령은 17일 "인터넷의 힘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경우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가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넷 경제의 미래'에 관한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장관회의 개회식 환영사였다. 이 대통령은 "익명성을 악용한 스팸메일, 거짓과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은 합리적 이성과 신뢰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인터넷의 힘은 신뢰가 담보되지 않으면 약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쇠고기 파동'의 중심역할을 한 '인터넷 파워'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발언에선 인터넷상의 근거 없는 광우병 '괴담'이 정국을 적지 않게 악화시켰다는 청와대와 정부·여당의 평가가 엿보인다.


여권은 그동안 인터넷 여론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국민담화에서 "'광우병 괴담'이 확산되는데 대해 솔직히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촛불시위가 막 시작됐을 당시 청와대에선 "인터넷 공간을 통해 유언비어성, 확인되지 않은, 아니면 말고 식의 주장들이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여론의 편향성에 대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알레르기성' 발언이 흘러나왔다.

한승수 국무총리는 이 대통령의 OECD 장관회의 환영연설 몇 시간 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근거 없는 비판이 확산되지 않도록 각 부처가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2002년부터 시작된 넷심과의 불화가 여전한 셈이다. 여권은 뒤늦게나마 인터넷 여론 잡기에 발 벗고 나섰다. 청와대는 지난 16일 인터넷 전담 비서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이슈를 골라내 대응하는 '인터넷 여론 센서티브(sensitive) 프로그램'을 마련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인터넷에 대한 당정청의 근본적인 알레르기 반응과 불신이 계속되는 한 어떠한 대책으로도 넷심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넷심이란 기본적으로 자유로운 의견 교류와 자유로운 발상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유'의 교류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반작용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는 한 청와대와 여당과 인터넷과의 불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낙태 논란' 허웅, 방송계 이어 광고계도 지우기…동생 허훈만 남았다
  2. 2 손흥민 돈 170억 날리나…'체벌 논란' 손웅정 아카데미, 문 닫을 판
  3. 3 "네가 낙태시켰잖아" 전 여친에 허웅 "무슨 소리야"…녹취록 논란
  4. 4 아편전쟁에 빼앗긴 섬, 155년만에 중국 품으로[뉴스속오늘]
  5. 5 "손흥민 신화에 가려진 폭력"…시민단체, 손웅정 감독 비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