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주력부대, '정치파업'에 큰 부담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08.06.16 22:20
민주노총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총파업 1차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70.3%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했다고 16일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 등 주변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현대차 등 핵심 사업장의 찬성률이 평균에 크게 못미쳤기 때문이다.

◇ 노동부-민노총, 찬성률 '숫자공방' = 노동부는 이날 오전 투표 중간집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완성차 4사 가운데 기아차(59.2%)와 GM대우차(52.1%)는 파업이 가결된 반면 쌍용차(43.5%)는 부결됐고, 현대차는 결과를 미공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쌍용차 노조는 54.7%의 찬성률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고, '파업 부결' 논란에 휩싸인 현대차 노조도 55.95%의 찬성률로 가결됐다며 미공개 방침을 철회했다.

노동부와 노조간 찬성률에 차이가 나는 것은 노동부의 경우 가부의 기준을 전체 조합원으로 삼았고, 노조는 투표자로 삼았기 때문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노총은 "노동부와 보수언론의 음해"라며 2차 투표예정된 11만8546명을 제외한 51만1737명의 투표 결과를 이날 오후 급히 발표, "투표자 27만1322명 가운데 16만9138명이 찬성해 70.3%로 총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 노동부, "숫자 의미없다...어차피 불법" = 그러나 노동부는 노조와의 '숫자공방'은 별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어차피 불법이라는 것.

현행 노사관계법상 합법적 파업이 되려면 목적과 방법, 절차 등 3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 목적은 임금과 근로조건 등에 국한돼야 하고, 방법은 폭력적 행위가 동원돼서는 안된다. 또 파업 전 반드시 중노위 등의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번 '쇠고기 파업'처럼 정치 이슈를 목적으로 삼을 경우 과반 찬성과 관계없이 무조건 불법이 된다. 이에 민노총은 "정치파업을 보장하지 않는 현행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법을 바꾸지 못할 바에야 '행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단위노조 입장에서는 불법 낙인이 찍힌 총연맹의 '정치파업' 요구가 아무래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정치파업에 잘못 발을 들였다가 여론 역풍에 조직이 깨지면 정말 중요한 사측과의 임금단체협상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단위노조에서는 임단협 투표를 진행하면서 상급단체의 정치이슈 요구를 노조원들에게 함께 물어 '불법' 딱지를 떼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이번처럼 정치이슈만으로 파업 여부를 묻는 것은 드문 경우다.

◇ 핵심사업장 '기대이하'..."정치파업 부담" = 그 동안 민노총의 정치파업은 대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여론의 역풍이 거셌기 때문. 특히 임단협과 연계하지 않은 정치파업은 더더욱 성공 확률이 낮았다.

그러나 이석행 위원장 등 민노총 지도부는 최근의 '쇠고기 파동'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는데 힘을 얻어 단독 '정치파업'을 강행하는 모험을 시도했다. 여기에는 정권교체 직후 이 위원장이 '현장 대장정'을 진행하며 단위노조를 잘 챙긴 점도 고려됐다.

그러나 민노총 지도부의 기대와는 달리 현대차 등 완성차 4사 노조원들은 전체 평균인 70%를 크게 밑도는 50%대의 찬성률을 보였다. 이는 파업동력의 핵심축인 대형 사업장들이 이번 정치파업에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임단협과 연계되지 않은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형 사업장들의 찬성률이 너무 낮은 것 같다"며 "조합원들이 상급단체 주도의 정치파업에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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