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추가협상..귀국과 잔류의 3시간 재구성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 2008.06.16 18:10

-美, 외교상 결례·고도 협상전략 분석
-오히려 우리측 '브링크맨십' 전략 해석도
-'베일에 가려진' 협상, 양측간 이견 팽팽


쇠고기 수입 문제를 두고 우리측과 팽팽한 접전을 벌였던 미국측이 15일 오후(현지시간) 협상을 접고 한국행을 향한 기차에 몸을 실었던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붙잡았다.

미국측의 이러한 액션이 한국측에 외교상의 결례를 범한 것 아니냐는 분석부터 오히려 한국측에게 협상의 어려움을 느끼게 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다양한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16일에도 협상을 계속 할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던 김 본부장이 15일 오후 갑작스레 한국행 짐을 싼 것이 미국측을 압박하기 위한 협상전략 중 하나가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이번 협상이 베일에 가려진 채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로도 가능하다.

한미 양국은 지난 13~14일 미국 워싱턴에서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문제를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김 본부장은 14일 협상을 마친 후 기자들에게 "내일 하루 쉬고 16일 협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15일 오후 상황은 변했다. 통상본부 관계자는 "15일 비공식적인 전화통화 이후 김 본부장이 협상을 일단 접고 한국으로 귀국할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15일 오후 6시30분 한국행을 위해 뉴욕행 기차를 탔다. 워싱턴에서는 한국행 비행기편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측은 김 본부장이 뉴욕에 도착하기 40분 전인 오후 9시10분경 '장관급 회담'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협상을 재개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김 본부장은 한국행 일정을 접어야 했다.


정부는 양측간의 비공식 접촉과 김 본부장을 다시 워싱턴으로 불러들인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있다.

외교부 일각에서는 민간 자율규제를 두고 양측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자 김 본부장이 '짐을 싸는' 고도의 협상전략을 꾸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비공개 배경설명을 통해 "1999년 미중간 세계무역기구(WTO) 협상 당시에도 미국 USTR 대표가 호텔 체크아웃을 세번이나 했던 것을 상기해 보면 협상장을 떠난 대표를 붙잡는 일은 외교 협상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일을 브링크맨십(brinkmanship : 극단정책)이 미국측 마음을 움직인 것이라고 보고있다. 브링크맨십이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중국 방문 같은 사안처럼 극단에 몰렸을 때 깜짝 카드를 쓰는 것을 말한다.

김 본부장이 만약 '브링크맨십'을 이용한 것이라면 이 전략은 성공한 것이 된다. 결국 미국이 한국으로 향하던 김 본부장을 다시 협상장으로 불러왔기 때문.

한편 쇠고기 대표단의 갑작스런 귀국과 미국의 장관급 회담 등을 통한 일련의 사태들을 종합해 볼 때 쇠고기 협상이 예상만큼 만만치 않은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간 이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에 접점을 찾기 힘들고 이에 김 본부장이 한국행을 택할 만큼 긴박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술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디테일한 사안이 많아 쉽지 않다"며 "우리는 가능하면 민간업체들의 자율규제를 넘어 (정부 차원의) 보장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측은 정부가 개입되는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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