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업' 찬성률 저조… 민노총 전략 수정할까

최중혁 정현수 기자 | 2008.06.16 17:19
민주노총이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관련해 벌인 총파업 투표 결과 발표를 또다시 연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노총의 총파업 투표 발표 지연은 이번이 두번째다. 무난히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투표율에다 50%대 중반에 불과한 파업 찬성률로는 '정치적'인 총파업 동력을 키우기가 힘들다는 민노총 수뇌부의 고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차는 투표율이 낮아 결과도 공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쇠고기 사태'와 '임금단체협상'을 적극 연계시키려던 민주노총의 전략도 일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 찬성률 56.7%...예상보다 '저조' = 16일 노동부에 따르면 이번 총파업 찬반 투표에 참가한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은 모두 297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결과가 공개된 곳은 87곳으로 전체 조합원 7만7729명 중 6만2760명이 투표에 참여, 찬성 4만4105표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찬성률은 56.7%. 87곳 가운데는 찬성률이 50% 미만으로 총파업이 부결된 사업장도 16곳이나 됐다.

특히 금속노조 산하 완성차 4사의 투표 결과, 현대차의 파업 찬반투표가 사실상 부결됐다. 현대차지부는 "투표 조합원 3만8637명 중 2만1618명(55.95%)이 찬성, 투표자 대비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소개 홈페이지에 게시된 전체 조합원수(1월 기준) 4만4566명에 대비할 경우 찬성률은 과반을 넘지 못하는 48.5%에 그쳐 사실상 부결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1조(쟁의행위)에는 노조가 쟁의행위를 위한 찬반투표를 실시할 경우 재적 대비 과반수여야 가결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쌍용차도 찬성률 43.5%로 정치성 파업을 부결시켰다. 기아차(59.2%), GM대우(52.1%)는 가결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정치파업에 대한 부담으로 예상보다 투표율이 낮아 미공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초 15일 투표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던 민주노총은 발표 시기를 16일로 늦췄다가 이날 17일 오전으로 다시 늦췄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16일 오전부터 개표를 시작해 조금 늦어지는 것일 뿐"이라며 "투표에 참여한 사업장이 많아 개표가 지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민노총 3번 타자, '쇠고기'는 아웃? = 예상을 깨고 파업 찬성률이 저조함에 따라 민주노총 지도부의 고민도 깊어졌다.

지난 12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올해 총파업을 야구게임에 비유하며 "1번 타자는 화물연대, 2번타자는 건설기계노조, 4번타자는 금속노조이고 5번타자는 철도노조를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위원장은 3번 타자를 누구로 내세울 지는 "고민중"이라고 말했지만 4번 타자인 금속노조의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이달 24~26일로 잡힌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쇠고기 파업'이 3번 타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생계형 파업으로 사회적 지지를 받고 있는 1~2번 타자와 달리 3번 타자의 경우 '정치파업' 성격이 강해 파업 수위를 잘못 조절할 경우 자칫 '삼진아웃'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무엇보다 낮은 찬성률이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가 쇠고기 추가협상을 진행 중이고, '촛불시위'도 지난 10일을 정점으로 주춤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정부는 노조의 또 다른 요구사항인 대운하와 공기업개혁에 대해서도 철회 및 연기방침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쇠고기 사태'와 6월말 7월초 '임금단체협상'을 적극 연계시키겠다는 민노총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가 19일로 잡혀 있고, 국민대책회의의 쇠고기 재협상 시한이 20일인 점을 감안하면 20일을 전후로 해서 행동시기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90% 이상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파업에 돌입해도 여론 역풍을 맞았던 과거 사례를 고려할 경우 전면파업보다는 일일파업이나 부분파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정부의 쇠고기 추가협상 결과, '촛불시위'의 강도 등도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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