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국면 "은행들 몸사려라"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반준환 기자 | 2008.06.16 17:05

금융위 '리스크 경고'에 은행들 대응책 고심

경기침체 우려가 현실화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리스크관리 강화를 적극 주문하고 나섰다.

금융시장마저 불안해지면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이를 두고 금융정책의 무게추가 규제 완화와 금융산업 육성에서 리스크 관리 쪽으로 이동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례적 경고=이창용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3일 시중은행 리스크 담당 부행장들을 만나 대내외적 경제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조목조목 거론하며 리스크관리 강화를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출혈경쟁 등 시장교란 행위를 지적하곤 했지만 이처럼 금융환경 전반에 경고신호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계는 "과거 외환위기, 신용위기 등 큰 변곡점이 나타날 때 외에는 볼 수 없던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광우 위원장도 16일 간부회의에서 "정책의 기본방향이 흔들리거나 주요 정책이 뒷걸음질쳐서는 국익과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제를 달았지만 "주변 여건을 고려해 일부 정책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최근 저축은행에 주주배당보다 내부 유보 확충을 통한 손실흡수 능력을 키우라고 주문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경기에 민감한 자산비중이 높은 만큼 경기침체에 따른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들은 대내적 자산건전성 악화 가능성과 대외적 외화유동성 확보 곤란이라는 위험요소에 직면해 있다. 순이자마진(NIM) 등 수익성도 하락하고 있다. 총자산이익률(ROA) 등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편이지만 가계 부실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환율상승, 고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과 건설경기 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경영여건도 악화됐다. 기업들의 운전자금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경기둔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의 대출 증가는 은행의 건전성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유동성도 위축돼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경기둔화 조짐이 감지됨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대출은 증가 추세"라며 "위험성이 커진 만큼 리스크 점검과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은행 대응은=은행권은 국내외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위험요인 관리 방안에 골몰하고 있다. 위기요인을 선정한 뒤 현실화되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해 단계적 대응전략을 펼친다는 복안이다.
 
국민은행은 무리한 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최근 내부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에는 가계대출 취급시 상환능력과 연계한 우대금리 적용기준을 강화했고, 이를 소호대출 및 신용대출, 부동산담보대출 등으로 확대했다. 아울러 지난달에는 개인영업점의 집단대출 유지실적 목표를 하향 조정하고, 기업금융지점들도 대출성장 목표를 5000억~7000억원 감축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국내외 경기침체 및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전략을 짜고 있다. 위기요인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경영여건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외화유동성비율 및 고유가, 원자재 가격, 해외 리스크 등의 변수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는 주가 및 부동산가격 하락, 원/달러 환율 상승, 금리상승 등이 가능한 위기요인으로 보인다"며 "각 부문에 위험신호가 오면 곧바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수년간 상당부분 자산성장을 이룬 우리은행은 자산성장 속도를 조절하며 사업부별 균형을 맞춘다는 전략을 짰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최근 원/달러 환율 및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글로벌 자금경색 등 여건이 좋지 않다는 데 공감한다"며 "중소기업 경영난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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