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 경쟁·규제 '멍드는 실적'

신혜선 기자, 송정렬 기자 | 2008.06.16 07:00

[이통사 수난시대-(下)] 정부 입김에 몇천억씩 사라져 경영부담

이동전화 요금경쟁에 따른 실적악화에 이어, 정부의 규제리스크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동통신3사도 올해 매출목표 달성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통사들은 정부정책에 적극 호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내심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다. 이통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요금인하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출혈을 무릅쓰고 다양한 요금인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며 "그러나 결과는 이통사들이 모든 정부기관의 '공공의 적’이 됐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경쟁에 멍드는 실적

지난해부터 이통사들의 마케팅비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가입자수가 44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시장은 포화에 도달했지만, 시장경쟁은 2G에서 3G로의 세대교체로 인해 더욱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TF가 3G 시장 선두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지난해에만 1조 5973억원의 마케팅비를 시장에 쏟아부었다. SK텔레콤이 추격의 고삐를 당기면서 KTF는 올들어서도 마케팅 출혈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 KTF 내부에서도 우려감이 제기될 정도다.

선두업체인 SK텔레콤의 상황도 간단치 않다. KTF의 3G 질주에 따라 덩달아 SK텔레콤의 마케팅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시장 1위 사업자로서 요금인하 압박을 직접 감당해야하는 SK텔레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온가족할인제, 망내할인, SMS요금인하, 데이터요금할인 등 다양한 요금인하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4월에 내놓은 온가족할인제 가입자수는 이달초 100만명을 돌파했다. SK텔레콤은 이들 프로그램으로 인해 올해 약 7490억원가량의 매출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입자수가 늘어날 경우 매출감소 등 이통사의 부담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KTF와 LG텔레콤도 각종 요금인하로 인해 올해 4000억원 수준의 매출감소가 예상된다.

현재 상황으로는 SK텔레콤도 올해 보수적으로 잡은 매출목표 11조7000억원 달성이 쉽지 않다. 3G 선두유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KTF는 올해 영업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부 압박에 따른 이중고

거세지는 정부의 요금인하 압박은 이통사들 당황스럽게 만들고 있다. “요금할인이나 실적악화 보다 더욱 부담스러운 것은 예측불가능한 규제리스크”라는 것이 이통사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통사들이 도입한 망내할인 등 요금인하 프로그램은 올들어 본격적으로 실적지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마당에 '시장프렌들리'를 내세우는 이명박 정부마저 지난 11일 민생경제를 앞세워 연간 5000억원에 달하는 저소득층 요금감면을 이통사에 떠안겼다.

이통사 입장에서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정부의 말 한마디에 몇천억원의 매출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경영실적 달성은 물건너 갔다"는 불만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마음대로 민간기업인 이통사의 요금을 주무르려면 차라리 통신업체를 공기업화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정부가 민간기업인 이통사의 요금을 내리고, 마치 세금을 내린 것처럼 국민들에 생색을 내는 웃지못할 상황이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시장 경쟁을 통해 요금인하가 촉발될 수 있는 통신시장의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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