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에 치인 외환銀 매각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서명훈 기자 | 2008.06.15 19:20

HSBC, 인수계약 파기하나

외환은행 매각문제가 꼬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쇠고기 파동 와중에 다소 움츠러든 가운데 HSBC는 계약파기 가능성을 거론하며 금융위 등 정부를 압박하는 모습이다.

◇'신중한' 금융위=금융위는 새 정부 출범 초기 외환은행 매각문제를 조기에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20일 "외환은행 매각이 너무 지체됨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 부담을 주는 측면이 있는지 부작용과 대응책을 고려하겠다"고 강조했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종전 입장과 온도차를 느낄 수 있는 발언이었다.

전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고 돌아온 직후에는 "(론스타 문제가) 국제시장에 주는 시그널이나 실제 국내 금융시장 발전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외환은행 재매각 문제를) 빠른 시일 내에 풀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한발 더 나아갔다.

하지만 이달 들어 기류가 바뀌었다. 전 위원장이 지난 5일 언론재단 초청 세미나에서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론스타 문제를 빠른 시일 안에 풀겠다는 정책적인 희망이 있다 할지라도 국민적인 공감을 충분히 얻어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 결정은…=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선고도 당초 17일에서 24일로 1주일 연기됐다. 법원은 사건 기록이 방대해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항소심 법원이 1심과 마찬가지로 론스타에 유죄를 선고하고, 론스타가 상고를 포기하면 금융위는 즉각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대주주 자격이 없다고 판단하면 론스타가 보유한 4% 이상의 외환은행 지분의 매각명령을 내려야 한다. HSBC가 최상의 시나리오로 생각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위는 2003년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사건에 대한 재판결과도 참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뿐 아니라 헐값매각 재판에 따른 여러 예상 시나리오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간 내 '재매각'을 승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HSBC 계약 파기하나=외환은행 인수 가능성이 약화되자 HSBC는 '계약파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샌디 플로커트 HSBC 아시아·태평양 최고경영자는 지난 11일 대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석달이 지나면 양 기관은 각자 입장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도 있다"고 말했다. 이달 말까지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해 금융위가 어떤 신호를 주지 않으면 더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HSBC 내부에서도 외환은행 인수에 소요된 기회비용과 시간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며 "전 위원장의 '국민정서' 언급에 HSBC 측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론스타와 HSBC간 매매계약 재연장 계약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이달까지 금융위에서 어떤 형태로든 신호가 나오지 않으면 인수를 포기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HSBC와 론스타는 지난 4월 외환은행 매매계약 시한을 7월 말까지 석달 연장했다. 7월1일부터 7일까지 어느 일방이 통지만으로도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HSBC가 이달까지 금융위의 신호를 기다리겠다는 기류는 이와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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