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법정에 선 이건희 회장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 2008.06.13 13:30
이건희 삼성 회장이 1995년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법정에 선 이후 13년 만인 12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 섰다.

"모두 제 불찰이고 그에 따른 책임을 제가 다 지겠다" "저와 법정에 선 사람들의 잘못이 있다면 제 책임 하에 있는 일이니 선처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지난 20년간 외국기업과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고, 지금 와서 보니 주변을 돌아보는데 소홀했음을 깨달았다." 이 회장은 착잡한 표정으로 모두발언을 했다.

사람이 살다보면 공과가 있기 마련이지만 법정은 '공로'와 '과오' 중 과오를 따지는 자리다. 그 과에 대해 이 회장은 스스로에게 잘못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말하고 긴 공판의 길에 들어섰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기에 이 회장도 이날 과오만을 평가받는 자리에 섰다. 잘못이 있으면 당연히 그에 합당한 법의 적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법정이라는 곳이 과를 따지는 곳이다보니 공은 묻힌다.

삼성은 국내에서 18만명의 종업원을 포함해 2, 3차산업까지 합쳐 수백만명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기업이고, 이 회장은 그 기업을 이끌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시킨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1987년 이 회장이 취임할 당시 삼성그룹의 매출은 17조원에 불과했고, 이익은 2700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20년간 매출(2006년 기준)은 8.9배인 152조원으로 늘었고, 세전이익은 52.6배 증가한 14조2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단순히 삼성만의 성장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성장을 견인하는 원동력이었고 그 중심에는 이 회장이 있었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장수들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 그를 바로 처벌할 것인가, 아니면 변방으로 보내 오랑캐를 무찌르는 것으로 죄값을 대신할 것인가를 놓고 조정에선 자주 논란이 일곤 했다.

법원이 이 회장의 과를 따지되 공도 인정해 국가를 위해 더 힘을 보태도록 해야 한다는 재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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