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 칼럼]친목계에서 모기지증권 부실까지

조만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06.15 18:54

로컬 뱅킹 vs 글로벌 뱅킹

편집자주 | 조만 박사는 미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서 박사학위 취득후 세계은행을 거쳐, 미 반관영 모기지회사인 패니매에서 15년간 근무하고 지난해후터 KDI에서 부동산 금융, 유동화 상품 등에 대해 강의,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세계 각국의 금융기관들이 서브프라임 '관련' 신용손실로 보고한 액수가 3190억 달러에 이른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는 '관련'이라는 단어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막대한 손실이 모두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중 약 50%정도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상환불이행에서 기인한 것이고, 나머지는 서브프라임 관련 유동화상품의 적정 자산가격을 회계규정에 따라 보고하면서 생긴 장부상 손실입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에 따라 유동화자산에 대한 위험가산금리가 폭등하고 자산가치가 폭락한데 그 이유가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전세계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여전히 위협하고 있는 미국 모기지시장의 유래가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하고 있는 친목계의 형식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80년 전인 1830년 경 미국의 북동부에서는 '한시적 건축조합' (Terminating Building Society, TBS)이라는 주택대출기관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는 같은 마을에 사는 서로 안면이 있는 10~20여 가구가 모여 매달 일정액을 적립, 이자를 높게 내겠다는 순서로 목돈을 만들어 주택건축자금으로 쓰게 하고 참여하는 가정이 모두 집을 지으면 자동으로 해체되는 형식이었습니다.

이 것이 점차 발전해 '영구 건축조합'(Permanent Building Society), '건축은행' (Building & Loan), '저축은행'(Savings & Loan, S&L)으로 변천해 나가게 됩니다.

이후 S&L은 1970년대까지 미국의 주택대출시장을 주도하게 됩니다. 대출기관으로서 S&L의 비즈니스 형태는 '지역뱅킹' 이라는 점에서 180년 전의 TBS와 매우 유사합니다.

TBS의 대출자금조달이 조합원들의 적립금에 의해 충당된 것과 같이 S&L은 위치하고 있는 지역주민의 예금을 통해 자금조달을 했습니다.

TBS가 같은 동네의 안면있는 사람들을 회원으로 받아들여 대출을 했듯 S&L은 점포에서 반경 50마일 이내에 위치한 담보물에 대해 돈을 빌려 주었습니다. 심지어 대출리스크 관리에 있어서도 두 기관은 닮은꼴입니다.

예를 들면 TBS를 통해 집을 지은 사람이 그 이후 매달 적립금을 내지 못할 경우 조합원들은 그 집을 압수해 다른 회원에게 넘겨주고 그에게 대신 상환하게 했습니다. S&L의 경우도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는 차입자의 담보물(주택)을 차압, 그 지역의 다른 주민에게 매각하는 식의 대출채권의 관리를 해왔습니다.

미국의 주택대출시장에서 위와 같은 '지역뱅킹'의 틀이 크게 바뀌게 된 사건이 1980년대에 발생한 저축은행의 대량 도산입니다. 단기자금(예금)에 의존해 장기 주택대출을 해오던 S&L은 △ 1970년대의 오일쇼크로 인한 인플레이션과 시장이자율의 가파른 상승 △ 1980년대 초 단기이자율이 장기이자율을 상회하는 역전 현상(예금금리가 대출금리 보다 높아진 상황) 등이 지속됨에 따라 자산건전성이 악화되는 사태를 맞게 됩니다.

또 1970년대에 등장한 머니마켓펀드(MMF)에 소액투자자를 대량으로 빼앗기게 됨에 따라 대출자금의 고갈사태도 맞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수 백개에 달하는 S&L이 도산했고, 미국 국고에서 1100억 달러에 이르는 구제금융 비용을 치르게 됐습니다.


S&L의 대량도산으로 발생한 주택대출의 자금조달 공백을 채워 준 것이 모기지증권(Mortgage Backed Security)으로 불리는 유동화상품입니다. MBS는 많은 숫자의 유사한 모기지론을 묶어서 만든 일종의 채권입니다. MBS를 구입하는 투자자는 매달 모기지풀에서 발생하는 원금과 이자의 상환을 받는 조건으로 대출기관에 자금을 제공해 주게 됩니다.

미국의 MBS시장은 1980년대와 1990년대를 거치면서 꾸준히 성장했고, 최근 미국 프라임모기지 대출의 50% 이상이 MBS유동화를 통해 자금조달을 하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의 경우에는 70%에 달하는 유동화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MBS를 통한 자금조달이 증가함에 따라 미국의 주택대출시장은 TBS와 S&L로 대표되는 로컬뱅킹에서 글로벌뱅킹의 패러다임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 MBS의 30-40% 정도가 미국 밖의 금융기관에 의해 구입된 반면 3190억 달러의 서브프라임 손실 중 절반 가량이 외국투자자에 의해 부담된 것이 글로벌뱅킹 패러다임의 한 예입니다.

그렇다면 주택대출에 있어서 글로벌뱅킹의 장·단점은 무엇일까요?

우선 로컬뱅킹에 비해 대출자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TBS와 S&L은 지역적인 자금조달에 의존하고 있고, 이는 특정 지역의 경기가 악화될 경우 주택대출자금의 고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MBS유동화를 통한 도매적인 자금조달은 국내 대형투자자를 주택대출시장으로 유인해 낮은 이자율로 안정적인 자금공급을 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서브프라임사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은 거래과정에 대출기관·신용평가사 등의 많은 중개기관이 개입하게 되고, 이들에 의한 견실한 리스크관리가 결여될 경우 대량의 신용손실 사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에 반해 TBS와 S&L의 경우 대출신청자가 그 지역에서 ‘신용’이 있는 성실한 차입자인지를 대출기관이 직접 판단할 수 있는 체제였습니다. 현재와 같은 인터넷시대에 이 같은 형태의 신용평가가 효율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이에 관련되는 지표들(신용등급, 채무상환능력, 증빙서류 등)에 대한 철저한 검토가 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에 있어서 필수적입니다.

셋째로 유동화를 통해 공급되는 풍부한 자금은 실수요자의 주택구입용이도를 높일 때에 이 제도의 진정한 성과가 있고 부작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2003년부터 급성장한 미국의 서브프라임대출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러 채의 집을 투기목적으로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점차 더 많이 대출됐고, 이는 지역 주택가격을 더욱 급격하게 상승시켰습니다. 결국 이는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환위기 이후 유동화 제도가 도입되어, 작은 규모나마 MBS를 통한 자금조달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향후 이 제도가 글로벌뱅킹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면서 운영돼 집사기 힘든 많은 서민들의 주택구입용이도를 높이는 성과를 올릴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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