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기댈 곳 없다는 '공포'

머니투데이 홍재문 기자 | 2008.06.13 08:23

유가발 국제악재 속 독자노선 힘들어… 외인, 이달 다시 순매도

잘나가던 미증시가 국제유가(WTI) 상승반전에 따라 장마감 직전 하락세로 돌아서기까지 했다.

5월 소매판매가 1.0% 오르면서 1.53%까지 상승하던 다우지수가 장마감을 30여분 남겨놓고 마이너스권으로 돌입했다. S&P500 지수도 초반 1.31% 상승분을 다 내주고 -0.3%까지 떨어졌다.
전날 4.67% 폭락했던 다우운송지수는 2.75% 급등하며 회생하는 듯 했으나 역시 막판 하락권으로 되밀리는 수모를 당했다.

대부분의 뉴욕지수가 종가로는 상승 마감했지만 WTI가 증시를 쥐고 흔드는 난국이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음을 입증한 날이었다.

3.54% 하락하던 WTI는 나이지리아가 로얄더치쉘 공장을 국유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으로 장중 0.79%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주 후반 이틀간(5∼6일) 13%나 폭등한 뒤 이번 주초 이틀간 5% 넘게 하락하면서 안도감을 줬던 WTI는 11일 장중 한때 5.32%나 재급등하며 전세계 증시를 초토화시켰다.
이번엔 당일 급락분을 장중 단숨에 만회하면서 WTI의 하락 기대감을 갖는 게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증명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가 상승추세가 종료되는 것에서 나아가 하락추세로 반전되면서 국제유가발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감이 해소되기 전에는 어떠한 대응도 먹힐 수 없다는 사실만 점점 강화되고 있다.

글로벌증시는 지난 5월 고점을 기록한 이후 4주째 뚜렷한 조정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종가 기준으로 5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카타르, 오만, 쿠웨이트를 비롯한 일부 자원부국만이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는 강세흐름을 이어가고 있을 뿐 평균적으로 보면 올해 최저치에서 최고치까지 상승폭의 62%를 반납한 상황이다.

그 중 올 들어 수차례에 걸쳐 긴축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중국을 비롯 필리핀, 베트남, 아일랜드, 폴란드, 터키가 올해 최저치를 경신했으며 헝가리, 인도, 뉴질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등도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경기의 호조세를 이끈 중국, 인도를 비롯한 신흥국과 일부 동유럽증시가 두드러진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스피의 낙폭은 50%에 미치지 못해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유가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글로벌 긴축 가능성마저 부상하는 현 시점에서 독자 노선을 걷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당면한 수급문제는 다시 매도로 돌아선 외국인의 태도다. 전날 1조원 가까이 주식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이 지난 4월까지의 매도 기조를 되풀이한다면 국내 기관의 매수여력만으로 지수 방어는 어렵다.


지난 5월 9200억원을 순매수하며 12개월만에 처음 순매수 기조를 회복했던 외국인은 6월 들어 1조8000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지수선물로도 매도 스탠스에 변화가 없다. 한주성 신영증권 연구원은 전날 쿼드러플위칭데이를 넘기면서 외국인이 9월물로 롤오버한 지수선물 순매도 규모를 3만3000계약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 3월 만기때 6월물로 롤오버했던 3만4000계약과 유사한 규모로써 증시를 대하는 외국인의 시각에 전혀 변화가 없음을 확인해주고 있다.

미달러가 강세로 돌아서고 미국채 수익률이 상승하면 유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엔/달러 환율이 108엔까지 오르고 2년 및 10년만기 미국채 수익률이 연고점을 넘어선 현재도 WTI 오름세가 제어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 경기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금리인상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향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치를 떨어뜨리고 불확실성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점으로 인식되면서 증시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날 1740선도 내준 상태에서 다음 지지선은 1720선이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일 이 수준을 하회하게 된다면 단기 하락추세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특단의 대책이나 새로운 모멘텀이 형성되지 못할 경우 약세국면의 고착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국내 수급이 완전히 붕괴된 상황에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라는 이중고까지 현실화되는 마당이기 때문에 다음달 초반에 시작되는 실적발표에서 대단한 어닝 서프라이즈가 나오지 않는다면 어렵다는 뜻이다.

이제 더 이상 공개시장회의(FOMC)는 시장에 우호적인 변수가 되지 않는다. 금리 동결조치가 취해져도 향후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나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하나 기댈 언덕이 없다. 악재는 쌓이고 공포는 커지는 상태다. 낙폭 과다에 따른 반발매수 유입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지속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의미부여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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