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6시간 공판 마치고 퇴정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정영일 기자 | 2008.06.12 19:53

(종합)'삼성비리의혹사건' 첫 공판 차분한 분위기속 진행

경영권 불법 승계 및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2일 오후 7시 30분께 6시간 동안의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떠났다.

이건희 회장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도 피곤하고 여러분도 피곤하셨겠다"고 대답했다. "책임을 진다고 하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고 묻는 질문에는 "책임진다고 유죄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책임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는 "죄가 되면 책임지는 것이고 무죄면 책임을 지지 않는 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뒤이어 이학수 부회장은 "국민들께 죄송하고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짧게 한마디하고 법원을 떠났다.

이에 앞서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합의23부(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이 회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아 '인정신문' 등 재판 진행 절차에 따랐다.

이 회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10분전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재판정에 들어선 뒤 앞서 도착한 이학수 전 부회장과 김인주 전 사장, 최광해 전 부사장, 현명관 전 회장, 김홍기 전 사장 등과 악수를 나눈 뒤 피고인석 2번째 자리에 앉아 변호인단과 재판 관련 자료를 검토하며 변론 내용을 살폈다.

예정된 시각에 맞춰 공판이 시작되자 이 회장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기립, 재판장에게 인사를 한 뒤 재판부의 인정신문 절차에 따라 자신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를 밝혔다.

5분여에 걸친 피고인 인정신문이 끝나고 특검이 공소사실을 낭독하자 이 회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경청했다.

이 회장은 특검의 공소사실에서 자신의 이름이 거명될 때마다 특검을 뚫어지게 바라보거나 물을 마시기도 했다.


이 회장은 공소사실 낭독에 이은 피고인 모두진술에서 "모두 내 불찰이다, 법에 따른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고 말한 뒤 "법정에 선 사람(삼성 임원진)들이 잘못이 있다면 모두 내 책임 하에 일어난 일이니 선처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 등 다른 피고인들도 각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이날 이 회장은 공판이 길어지자 피곤한 듯 의자에 기대어 눈을 지그시 감고 있기도 했다.

재판부는 이날 '삼성 비리 의혹 사건'의 쟁점을 도표로 만들어 '빔 프로젝터(beam projector )'와 TV화상을 통해 특검팀과 삼성 변호인단 측에 제시하며 양측의 주장을 재차 확인했다.

특히 이날 공판에는 5차례에 걸친 공판준비기일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조준웅 특검이 나와 직접 공소장을 낭독하고 재판부에 공소사실 요지와 주장을 적극 전달했다.

이날 공판은 시작 1시간 전부터 취재진과 방청객 200여명이 몰려 법정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됐으며 삼성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인 김영희 변호사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재판정을 찾아 재판을 관심 있게 지켜봤다.

이날 짙은 회색 양복 차림으로 법원 청사에 도착한 이 회장은 13년 만에 법정에 출석하게 된 소감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국민들께)죄송할 따름이다"라고 짧게 답한 뒤 경영권 불법 승계를 지시했는지, 자신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거래로 양도차익이 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등 민감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재판정으로 들어갔다.

2차 공판은 오는 18일 열린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3. 3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