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유가의 파고 '그린IT'로 넘어보자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08.06.18 11:18

[창간기획]에너지절감·환경보호 '선택 아닌 필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가 비싸진 유가. 덩달아 모든 물가도 오른다.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오일쇼크가 한반도를 강타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6위 에너지 소비국인데다, 석유의 100%를 수입에 의존해야하는 국내 현실상 에너지 절감책을 비롯한 대체에너지 개발 등 특단의 대책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가 강점을 갖고 있는 정보기술(IT)과 환경(Green)이 결합된 '그린IT'가 고유가 파고를 정면 돌파할 해법 중 하나로 제시되고 있다.

◇그린IT,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그린(Green) IT'는 에너지 자원 고갈과 지구 온난화 등 당면한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IT업계가 동참하자는 새로운 트렌드다.

디지털 혁명과 더불어 새로운 경제주역으로 떠오른 IT업계가 당연히 가져야할 '노블레스 오블리주'로 해석된다.

그러나 도덕적 차원만은 아니다. 전계적인 고유가 현상과 환경규제 강화 움직임과 맞물려 그린IT는 이제 IT기업뿐 아니라 일반 기업들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 요소'로 자리잡게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와 인터넷 비지니스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IT자원은 이제 '전력먹는 하마'로 지목되고 있다. 가트너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의 전산설비 전력 소비량은 한해 1000억KW로, 이는 프랑스 파리 도시 전체가 16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실제 매년 저장 데이터량의 폭주는 서버와 스토리지 등 IT 설비 확장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전력 소비량이 매년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IDC는 "매년 서버수가 13% 정도 늘어나고, 데이터 저장 요구량도 연평균 56% 증가해왔다"며 "이에따른 전력소비량도 연 20%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환경문제도 발등의 불이다. IT로 인한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이 글로벌 CO2 배출량의 2%를 차지하면서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는 항공기가 배출하는 양과 비슷하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와 유해 환경오염 등이 심각해지면서 지난해 7월에는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을 도입했던 EU가 올해 모든 수입제품에 대해 친환경 설계지침준수(EuP)를 증명하는 인증마크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전세계 각국의 전자제품 환경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추세다.

'그린 IT'로 전세계 IT 산업경쟁력 뿐 아니라 기업 운영이나 경쟁력 강화에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전세계 그린IT 열풍 중

실제 인텔, AMD, IBM, 구글 등 주요 IT기업은 물론 EU와 일본 등 국가들도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구성해 그린IT 프로젝트를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해 11월 45나노 미세공정기술로 누설 전류를 줄여 전력 소모량을 줄인 모바일 프로세서 '아톰'을 야심작으로 내놨다.

경쟁사인 AMD도 저전력, 저발열을 구현하기 위한 프로세서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프로세서 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부분의 전력공급을 차단해 전력소비를 줄여주는 AMD 쿨러 기술이 대표적이다.


전체 IT 전체 전력소비의 62%를 차지하는 데이터센터에 대한 저전력 기술개발 경쟁도 활발하다.

HP는 최근 최대 50%까지 전력소비량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그린데이터(NGDC) 솔루션을 선보인데 이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시스템을 냉각해 전력소비량을 최대 40%까지 줄인 이동형 데이터센터 '블랙박스'를 선보였다.

이밖에 EMC, 히타치데이터시스템즈 등 스토리지업체들도 스토리지 냉각기술 등 전력소비를 줄이는 기술들을 앞다퉈 내놓고 있는 상태다.

그린IT를 공동 추진하기 위한 글로벌 IT기업들의 연합체도 잇따르고 있다. 인텔과 구글이 지난해 결성한 '기후보전컴퓨팅협회(Climate Savers Computing Initiative)'가 대표적. 2010년까지 전력 효율성을 50% 이상 끌어올려 55억 달러 이상을 절감시키자는 것이 목표다. 이후 썬마이크로시스템즈,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IT기업들이 합류한 상태다.

AMD와 IBM, HP 등이 주도하는 그린 그리드 연합체(Green Grid Alliance)도 지난해 발족됐다. 이들은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 최소화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일본은 올해부터 서버(스토리지), 네트워크, 반도체(디바이스) 등 3개 분야에서 최대 30% 에너지 절감할 수 있는 新 IT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 '그린IT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국내업체, 그린IT로 재무장

고유가 고물가 시대를 맞아 국내에서도 그린I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T가 지난달 말 오픈한 KT 목동 IDC는 국내 최대 규모뿐 아니라 그린IT기반의 IDC로 주목을 받았다. KT가 도입한 직류서버시스템은 기존 IDC 전력 소비를 13% 가량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KT는 이미 남수원 IDC와 분당 IDC에 이 기술을 적용했으며, 목동 IDC를 시작으로 전 IDC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LG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도 데이터센터 장비와 항온합습기 설비를 개선해 에너지 절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그린IT 구현에 적극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정부통합센터는 이달부터 에너지절약 종합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센터에 그린 IT를 본격 접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그린 IDC TF팀을 구성, 통합전산센터의 에너지 효율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부처간 IT자원 통폐합을 가속화하고 유휴장비 전원차단 및 철거 등 정부통합전산센터 특성에 적합한 에너지 절감대책 방안도 마련키로 했다.

서울시도 그린 IDC를 위해 최근 인텔과 손을 잡았다. 이같은 협력을 통해 서울시 데이터 센터의 전기료를 2010년까지 50%까지 낮춘다는 것이 목표다. 국내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기후보전컴퓨팅협회'에도 가입했다.

최근 고유가 고물가 시대와 맞물려 국내 IT기기 시장에도 그린IT 바람이 한창이다. 다소 가격이 비싸더라도 에너지 효율등급이 높은 제품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삼보컴퓨터 등 IT기기 제조사들도 앞다퉈 저전력 고효율 제품 출시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이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IT 강국이라는 점에서 그린IT는 새로운 블루오션 기회"라며 "그동안 쌓아온 IT인프라와 노하우와 결합된 그린IT는 국내 에너지 환경문제 해소는 물론 해외시장에서 국내 IT 상품이 한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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