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회장 첫 공판서 "모두 내 불찰"

머니투데이 류철호 기자, 정영일 기자 | 2008.06.12 15:50
"모두 내 불찰이다, 법에 따른 모든 책임을 다 지겠다."

12일 오후 1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417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합의23부(재판장 민병훈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되고 있는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및 조세포탈 의혹 사건' 첫 공판에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 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이날 모두진술에서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말한 뒤 "지난 20년간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겨야한다는 신념 하나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러나 지금 와 돌아보니 제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는데 소홀했음을 깨달았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 회장은 이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겸허한 자세로 법의 처벌을 달게 받을 것이며 앞으로 진행되는 재판에 성실히 임할 것임을 밝혔다.

이 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혹시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은 실무자들의 말을 전적으로 믿고 모두 사실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법정에 선 사람(삼성 임원진)들이 잘못이 있다면 모두 내 책임 하에 일어난 일이니 선처해주길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 회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10분 전쯤 삼성 측 변호인단의 이완수 변호사와 함께 담담한 표정으로 재판정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 회장이 재판정에 도착하자 앞서 법정에 도착한 삼성전략기획실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나머지 7명의 피고인들과 변호인들이 모두 일어나 악수를 나누며 이 회장을 맞았다.


이 회장은 재판이 시작되기 전까지 변호인들과 재판과 관련된 의견을 나눴고 변호인들은 이 회장 등 삼성 측 관계자들과 기록물을 검토하며 변론 내용을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이날 재판은 방청석을 가득 메운 채 진행되고 있으며 삼성 비리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인 김영희 변호사 등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들도 재판정을 찾아 재판 과정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앞서 짙은 회색 양복을 입고 변호인의 안내를 받으며 법원 청사에 도착한 이 회장은 13년 만에 법정에 출석하게 된 소감을 묻는 취재진들에게 "(국민들께)죄송할 따름이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경영권 불법 승계를 지시했는지, 자신의 차명계좌를 이용한 거래로 양도차익이 난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등 민감한 질문에는 고개만 저으며 말을 아꼈다.

한편 조준웅 삼성특검팀은 이 회장에 대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헐값 발행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BW) 편법 증여,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포탈 등의 혐의를 적용, 기소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5. 5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