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 요금압박, 이통사 실적 '불통'

신혜선 송정렬 기자 | 2008.06.13 16:01

[이통사 수난시대-上]이틀새 3개 부처 '공격'

- 방통위·공정위·감사원, 줄줄이 압박
-"규제완화·시장경쟁 정부 방침에 역행"
-"IT산업 투자 줄어 '부메랑' 될 수도"

이동전화 요금인하 압박이 그야말로 전방위로 가해지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이통요금 인하대상을 차상위계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바로 그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이통3사를 대상으로 불공정거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그것도 모자라 감사원까지 나서서 과금체계를 10초에서 1초 단위로 개선해야 한다고 거들고 있다.

갑작스런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이통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요금인하를 단행한 바 있고, 11월부터 망내할인 등을 도입하면서 올해 실적감소를 상당부분 감수해야 하는 이통사로선 정부 부처들의 이같은 압박을 도저히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이중 삼중 규제를 가하게 되면 이통사들은 올해 실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면서 "실적감소는 곧 투자위축을 가져와, 국내 IT산업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들은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라는 말을 다시 해석해야 한다고 푸념할 정도다.

◇정부부처 약속한 듯 이통사 '압박'

이통사들의 수익감소는 지난 1분기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심리가 할인상품 가입을 부채질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결합상품과 망내할인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1분기동안 554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1000억원 줄어든 수치다. KTF 역시 1분기에 900억원 영업이익을 달성했는데, 전년 같은기간보다 100억원 줄었다. 올 1분기동안 영업이익이 9~16% 가량 줄어든 이통사들은 지금 추세로 요금할인 경쟁이 일어난다면 올해 매출은 지난해보다 4000~7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게다가 1분기 가계통신비 지출도 줄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통신비 지출이 전분기 대비 0.3% 줄어든 7조4697억원으로 집계됐다. 장바구니 물가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통신비를 아끼려는 소비심리가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출감소에 따른 이통사의 경영부담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방통위가 공표한데로 10월부터 차상위계층까지 이동전화 요금을 감면해주게 되면, 이로 인해 이통사 올해 매출은 1500~20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감면대상 확대로 연간 2000억~2500억원까지 매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KTF와 LG텔레콤도 500~1000억원 가량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공정위까지 '칼끝'을 겨누고 있다. 공정위는 대리점 실태와 가격담합 여부를 조사 중이다. 조사결과에 따라 과징금 처분에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통사들의 긴장감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감사원까지 나서서 과금체계를 문제삼자, 이통사들은 동시에 '발끈'하고 맞섰다.

이통사들은 "서울-부산간 완행열차가 운임 2만원에서 6시간 걸리던 것이 특급열차로 3시간밖에 안걸리니 운임을 1만원으로 할인해야 한다는 식의 논리"라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초 단위로 과금하는 나라는 슬로바키아, 아일랜드, 핀란드, 프랑스, 멕시코, 영국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통시장 위축으로 IT투자도 '빨간불'

이 정도면 사면초가다. 요금인하를 위한 전방위 압박에 이통사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올 상반기 마감을 앞둔 이통사들은 올한해 실적달성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일찌감치 밝힌 사전 규제 완화와 시장경쟁 원리라는 대 원칙을 보면 거꾸로 가고 있다는 평가가 절로 나올 만하다.

통신업계 전문가들은 "요금인하를 단시일내 끌어내리기 위한 조치는 맞지 않다"면서 "다소 지루하더라도 방송통신 정책과 시장경쟁 확산을 통한 자연스런 요금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통신사들의 경영실적 악화는 IT투자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크다. 이통3사의 올해 투자액은 3조3000억원에 이른다. SK텔레콤이 1조7500억원, KTF가 9500억원, LG텔레콤이 7000억원 정도다. 그러나 올해 경영실적이 제대로 달성되지 못하면 내년 투자는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통사에 대한 전방위 요금압박을 가하는 정부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사실 KT나 SK텔레콤의 연간 투자 계획은 현실적으로 후방산업인 장비 및 솔루션 등 중소기업 시장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다"면서 "이통사 실적악화가 IT산업 전반으로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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