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대형 병원들의 리베이트 수수행위를 조사할 경우, 리베이트를 제공한 제약사들의 불공정행위도 적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45개 대형 병원 등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서면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서면 조사 대상은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등 대학병원급 이상 45개 의료기관들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불공정 거래 혐의가 드러나면 현장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제약업계는 공정위의 대형병원 조사가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6년 부터 국내 제약사 매출액 상위 1~6위 기업(2005년 매출 기준) 그리고 매출 1000억 미만 업체 중 매출 1~4위 기업, 지역별 대표 다국적제약사 등 모두 17개에 대해 불공정행위를 조사한 바 있다.
공정위는 조사 대상 중 한미약품 51억원, 동아제약 45억원, 중외제약 32억원, 유한양행 21억원, 일성신약 14억원, 녹십자 10억원 등 10개 제약사에 대해 총 2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제약사가 부당고객유인행위(리베이트 제공 포함), 재판매가격유지행위 등의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에서다.
추가 조사를 이유로 조사결과 발표가 미뤄진 대웅제약, 제일약품, 한국화이자, 한국GSK, 한국MSD, 한국릴리, 한국오츠카 등 나머지 7개 업체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과징금 규모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공정위 조사로 리베이트 조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했던 제약업계는 실망감이 역력한 분위기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업계의 리베이트를 조사하면서 리베이트의 대상인 대형 병원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않은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공정위의 이번 대형병원 조사로 제약업계만 두 번에 걸쳐 공정위 조사를 받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징금이 문제가 아니라 공정위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 제약사는 또 다시 윤리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이는 제약업체들의 발전을 막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대형병원 매출액이 높은 대형 제약사들은 이번 조사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될 가능성이 더 큰 상황이다. 한 제약사 마케팅 담당 임원은 "대형병원은 전통적으로 마케팅 능력이 좋은 대형제약사들이 상대해 왔다"며 "공정위 조사로 대형제약사들이 위험선상에 놓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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