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시계 제로… '널뛰는' 경기진단

머니투데이 임대환 기자 | 2008.06.12 14:46

금통위 6일 "물가상승이 더 위험" 판단… 금리동결 이어질 듯

"이번에는 물가다." 지난달 경기둔화를 우려했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에는 '물가'에 방점을 찍으면서 경기전망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추세가 ‘경기’보다는 ‘물가’로 옮아가는 양상이지만 다음 달에는 한은의 시각이 또 어떻게 바뀔 것인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경기진단 '오락가락'=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5.00%로 동결했다. 지난해 8월 연 5.00%로 인상된 이후 10개월째 동결이다.

올해 초만 해도 한은은 국내경기가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며 기준금리 변경을 유보했었다. 수출과 생산이 호조를 보이고 설비투자도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며 회복세를 예상했다. 이런 분석은 2월과 3월에도 이어졌다. 다만 2월부터는 소비자물가에 대해 비용측 상승압력을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곁들이기는 했다.

한은의 경기진단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부터다. 한은은 그동안의 ‘경기 상승’ 예상을 접고 “경기 상승세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물가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며 변화를 시작했다. 일부 경기 관련 지표들은 경기둔화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각주까지 달았다.

지난 달에는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분명히 했다. 국내 경기가 지난해 2/4분기 이후 빠른 상승세가 조정을 받으면서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경제 성장 하락 위험과 물가 상승 위험이 동시에 증대되고 있다며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을 ‘경기’와 ‘물가’에 동등하게 두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이달 들어 한은의 걱정은 완전히 ‘물가’로 돌아섰다.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전반적인 시선은 경기보다는 물가로 향해 있음이 뚜렷하다. "최근과 같은 고유가, 고환율 여건 하에서는 물가의 상방 리스크가 성장의 하방 리스크보다 큰 것으로 평가된다"는 대목이 이를 뒷받침한다.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의 4.9%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혀 다음 달에도 ‘물가’ 향배가 금리결정의 핵심요인이 될 것이 분명하지만 이성태 총재의 말대로 현재의 경제상황은 ‘매달 매달’ 상황을 보고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안갯속’이다.


◇물건너간 금리인하=정부 역시 최근 ‘경기’보다는 ‘물가’ 잡기가 우선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사실상 금리인하는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렇다고 금리인상 시그널도 명확치 않다. 이 총재는 “금리는 언제든 올리고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금리인상)가능성을 전적으로 배제할 수 없지만 물가 상승이 경제내에 흡수되고 나면 정상상태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이 금리인상 시그널을 주지 않은 ‘중립적 발언’이라고 시장이 판단하면서 채권 매수 심리가 되살아나 오전의 채권금리 폭등세를 진정시켰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완전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미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에서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금리인상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하락 사이에서 기준금리 선을 맞춰야 하는 한은으로서는 난감한 처지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산업전략본부장은 “유가상승으로 실질소득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물가가 올라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이 줄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경기전망이 상당히 불투명하다”며 “한국은행으로서도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어렵고 내리기도 어려워 당분간 금리 동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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