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주미가 남긴 마지막 저금 '촛불희망'으로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08.06.12 11:36
↑ 10일 '100만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한 어린이가 촛불을 놓고 있다 ⓒ이명근 기자
"10일 날 시청 앞 광장 가기로 했는데…"

11일 한 시민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13살 딸의 저금을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에 "희망을 만드는데 사용해 달라"며 편지와 함께 보내왔다.

편지에서 경기도 일산에 산다는 박모씨는 올 2월 초 중국으로 출장 갔다가 최근 입국했는데 국민 주권을 찾고자 밝힌 촛불이 숫자를 더해갈 때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더없이 자랑스럽고 고마웠다"고 적었다.

박씨는 "귀국하자마자 아이들과 10일 촛불시위에 참여하자고 약속했었다"며 "아이들도 그 의미를 전해 듣고 얼마나 좋아했는지 모른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박씨의 딸 주미양은 지난 현충일 연휴 때 그만 물놀이 사고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박씨 가족의 '촛불약속'은 지킬 수 없게 된 것.

박씨는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옳고 그름을 잘 가려 행동하는 둘째(주미양)가 늘 믿음직스러웠다"며 슬픔을 가슴에 묻었다.


62만 9000원. 박씨가 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찾은 저금통장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들어 있었다. 박씨는 "촛불집회에는 가지 못했지만 아이가 모은 소중한 돈으로 함께 촛불을 만들고 싶다"며 아이와의 '마지막 약속'을 지켰다.

박씨의 아내도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보람될 것 같다"고 동의했다.

이 후원금을 받은 대책회의는 "값지게 사용하여 부모님과 주미의 뜻을 기리겠다"며 "많은 사람들의 한없이 따뜻한 마음이 승리할 수 있는 기반이다"고 밝혔다.

네티즌들도 뭉클했다. 김찬우씨는 "주미의 마음을 이어받아 나도 오늘 하루 모든 언행이 주위를 따뜻하게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아이디 '희망'은 "주미양의 몫까지 희망의 촛불을 꼭 밝히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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