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카자흐스탄 펀드 괜찮을까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08.06.20 08:15

[머니위크]돈되는 펀드, 돈 잃는 펀드

최근 베트남 증시의 급락으로 시장의 주목을 끌고 있는 펀드가 있다. 한화증권에서 팔고 한화투신에서 위탁운용하는 '카자흐스탄펀드'가 바로 그 주인공. 카자흐스탄펀드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것은 베트남펀드와 여러 모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원유, 철광석 등 연일 급등하는 원자재를 대량 보유하고 있고 이를 수출해서 번 달러로 고속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고속성장에 힘입어 2005년부터 카자흐스탄의 증시는 어지러울 정도로 급상승했다.

하지만 단기 압축성장으로 고물가와 경상수지 적자확대, 이에 따른 외환보유액 감소 등의 '성장통'을 앓고 있다. 주가도 2월12일 이후 조정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제2의 베트남'이 될 수 있다는 섣부른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자흐스탄 펀드는 2007년 12월14일 설정됐으며 6월9일 현재 누적수익률은 8.09%에 달하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도 7.91%를 기록중이다.

◆“카자흐스탄은 베트남과 다르다“ 수차례 강조

양우석 한화투신 전략운용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카자흐스탄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베트남과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무엇보다 올해 고유가로 경상수지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는 것. 지난해 718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북해 브렌트산 원유가 올해 배럴당 평균 110달러만 유지된다면 흑자전환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최근 발표된 글로벌 IB들의 유가 전망은 이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6월10일 씨티그룹과 메릴린치증권은 올해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 전망치를 배럴당 116.60달러와 114달러 상향조정했다. 당초 전망보다 각각 22%와 14% 인상한 것이다.

양 매니저는 이어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는 151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며 "외형적인 적자에도 불구하고 실제 내용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단기외채 117억달러, "외환위기 걱정없다"

올 들어 물가가 안정을 되찾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다. 지난해 카자흐스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간 18.8%에 달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6.6% 상승한 식료품이 물가상승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이에 카자흐스탄 정부는 올 9월 말까지 밀수출을 금지하고 14억달러 규모의 '식료품 가격 안정펀드'를 조성하는 등 물가를 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IMF는 카자흐스탄 정부의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 올해 소비자물가가 연간 10%를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외환보유액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카자흐스탄중앙은행(NBK)과 국부펀드(NOF)를 통해 각각 207억달러와 233억달러(2008년 4월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는 외환보유액이 550억달러로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라는 것.

GDP대비 외채도 문제될 게 없다는 게 한화투신의 주장이다. 총 외채는 963억달러에 달하지만 단기외채는 117억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는 없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양 매니저는 "펀더멘털 측면에서 카자흐스탄이 베트남보다 훨씬 양호하다"며 "신흥시장이라 증시 안정성은 떨어지지만 반대급부로 고수익을 안겨 줄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정성은 낮지만 수익율은 기대해도 좋다"

한화투신이 주장하는 카자흐스탄 투자 포인트는 원자재가격 급등의 최대 수혜국가라는 점. 카자흐스탄은 우라늄 매장량이 세계 2위, 금 매장량 6위, 원유 7위 등 자원부국이다.

이들 천연자원을 바탕으로 카자흐스탄 경제는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연평균 10.1%의 실질성장률을 달성해 왔다. 다만 지난해 금융과 건설업종의 부진으로 8.5% 성장에 그쳤다. 올해도 긴축정책으로 연 5%대 중반의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기업실적도 양호하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최근 3년간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은 연평균 20%를 넘고 있다. 또한 GDP(국내총생산)대비 시가총액비중이 53%에 불과해 주가 상승 잠재력이 매우 크다.

◆소재ㆍ에너지ㆍ금융업종 의존도 높아

카자흐스탄펀드는 펀드명과 달리 카자흐스탄 기업에만 투자하지 않는다. 카자흐스탄 비중이 높아 펀드명으로 사용하고 있을뿐 러시아를 포함한 독립국가연합(CIS) 주식에도 투자한다.

6월5일 현재 투자 국가와 편입비중은 카자흐스탄(65%), 러시아(30%), 그루지아(6%), 우크라이나(0.3%) 등이다. 업종별 투자비중은 기초소재(39%), 에너지(31%), 금융(24%), 정보통신(4%), 음식료(2%) 등의 순이다.

양 매니저는 "카자흐스탄의 주력업종인 소재와 에너지, 금융업이 절대적으로 높다"며 "이들 업황에 따라 펀드수익률이 좌우되는 것이 단점이지만 성장성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카자흐스탄 증시의 추가 상승여력에 대해서도 한화투신은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카자흐스탄 상장기업의 2008년도 EPS 증가율은 20.1%이지만 PER(주가수익배율)은 8.3배에 불과해 같은 신흥시장인 브라질(11.5 배), 중국(13.1 배), 인도(15.6배) 등에 비해서 현저히 싸기 때문이라는 것.

◆인플레와 유동성이 최대 리스크

하지만 카자흐스탄펀드의 앞날이 '장미빛 일색'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신흥시장펀드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유동성 위험 등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카자흐스탄 증시가 아직 초기 성장단계라 상장종목도 적고 시가총액도 적어 '유동성 위험'에 노출돼 있다. 원하는 가격, 원하는 시점에 팔지 못할 위험을 갖고 있는 것이다.

시가총액은 5월말 기준으로 95조원에 불과하고 상장회사도 71개 뿐이다. 하루 거래대금도 100억원 미만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화투신이 카자흐스탄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1000억원 가량 된다.

이와 관련 양 매니저는 "공기업 민영화로 상장 종목이 늘고 있어 유동성 위험을 우려하지 않는다"며 "유동성 부족에 대비해 펀드는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를 사들인다"고 해명했다.

반면 조현일 씨티은행 WM부장은 "현 시점에서 카자흐스탄펀드에 투자할 필요성을 못 찾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다양한 산업을 갖고 있지 않아 세계경제가 어려워지면 대응하기 어렵고 카자흐스탄의 경제가 소재, 에너지, 금융 등에 집중돼 있어 분산투자 효과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

조 부장은 이어 "단일국가에 투자하는 펀드일수록 다양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언했다.

◆인플레시대의 천연자원 수혜 펀드
이 펀드는 한화증권의 카자흐스탄 현지 합작사인 '세븐 리버스 캐피탈'이 운용하고 있고 서울 본사에서는 글로벌 매크로 변수를 분석, 업종별 자산배분 등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양 매니저는 "카자흐스탄이 보유한 천연자원 가격 상승 혜택을 누릴 수 있고 미국 S&P지수와 상관계수가 0.17에 불과해 분산투자 효과가 크다"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글로벌 증시 조정기에 유력한 투자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양 매니저의 주장대로 카자흐스탄 펀드가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안겨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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