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수피리어에섹스 어떻게 잡았나

더벨 박준식 기자 | 2008.06.12 07:59

3월부터 극비 협상, 최초 36달러 주당 인수가 45달러로 높아져

이 기사는 06월11일(15:59)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11월6일, LS전선 내부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 라이벌 대한전선이 세계 최대 전선기업인 프리즈미안(Prysmian Cables & System)과 협력관계를 맺고 지분도 9.9%(5200억원)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수뇌부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업다각화를 위해 조급해진 LS는 올 초 대한통운에 욕심을 냈다. 과거 국제상사를 인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매수주관사를 선정해 법정관리 딜에서 우선협상자가 되기 위한 전략도 세심히 확보했다. 하지만 예상 인수가격이 4조원 이상으로 치솟자 경영진은 입찰포기를 지시했다.

구자열 부회장이 지휘한 전략팀은 대신 해외 전선업체를 샅샅이 뒤졌다. 대한전선처럼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기업을 모색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LS전선은 흙속의 진주를 찾아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가 미국의 주식 및 금융시장을 강타하면서 전선기업들의 시장가치도 자산가치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뜨렸기 때문. LS는 고기능 권선(Magnet Wire) 분야 세계 1위기업인 수피리어에섹스(Superior Essex Inc)를 인수대상으로 확정했다.

협상은 지난 3월부터 비밀리에 시작됐다. 수피리어에섹스의 주가는 한때 19달러까지 폭락해 어쩌면 5000억원 이하에 알짜기업을 사들일 수도 있다는 내부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협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모건스탠리 등 현지 18개 기관투자가들은 JP모건을 매각 자문사로 선정해 LS와 대등한 조건에서 협상을 벌여 나갔다. LS는 최초 3월24일 주당 36달러의 인수 제안을 내놓았지만 이 조건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협상은 지지부진하게 이어졌다. 특히 인수 제안가격이 매각 측의 요구로 인해 점점 높아지고 금융시장 경색이 완화되면서 주가가 40달러를 넘어서자 협상은 한 때 깨질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공개매수(tender offer) 방식으로 딜이 추진되다 보니 협상내용이 타결 전에 새어나갈 경우 주가가 폭등, 딜이 깨질 수 있었다. LS는 이에 대비해 보안을 철저히 유지했다. 하지만 최초 가격 제시 이후 두 달이 넘도록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자 마지막 결단을 내렸다. 국내 산업은행 등 금융사 3곳과 연금 등 재무적투자자(FI)를 동원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고 주당 45달러의 최종 제시안을 제시했다. 회사의 기존 채무를 감안하면 딜 규모가 총 12억 달러까지 치솟은 셈이다.

수피리어에섹스 이사회는 LS의 최종 제시안을 결국 받아들였다. 공개매수 이전에 과반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들의 지분매각을 약속받은 셈이다. LS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세계 전선업계 판도변화가 일어난다. 아시아와 중동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LS는 북미는 물론 유럽시장을 주무대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수피리어에섹스를 한식구로 맞아들이게 된다.

LS 고위 관계자는 "과반 지분을 가진 기관투자가와 그를 대변하는 이사회 합의를 얻었지만 공개매수 성패가 아직 남아있어 최종 인수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수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네트워크는 물론 권선과 통신선 등 제품 경쟁력도 한단계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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