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지지율 100일만에 70%→17% 왜?

머니투데이 송기용 기자 | 2008.06.12 09:11

[촛불을 용광로로]

-"나를 따르라" 일방통행에 국민 외면
-불도저식 밀어붙이기 위기 초래
-자성은 했으나 진정한 변화 있어야

"쇠고기 수입 재협상하라" "이명박은 물러가라" 수십만 명의 촛불시위대가 광화문 광장에서 외치는 구호가 청와대까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아마도 대통령 취임 후 가장 길었을 10일 밤이 그렇게 깊어갔다.

"어제 밤 열린 6·10 민주항쟁 집회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11일 한 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잠긴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나도 학생 때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면서 고통을 겪었던 민주화 1세대"라고도 했다. 굴욕적인 한일 협정에 반대해 떨쳐 일어난 6.3 사태의 주역인 자신이 국민들로부터 '심판'과 '타도'의 대상이 된데 대한 착잡한 심경이 드러났다.

대통령만이 아니다. 위부터 아래까지 요즘 만난 청와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허허로운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100일간 휴일도 없이 소처럼 일했는데..." '얼리버드(Early Bird) 증후군'에 시달릴 정도로 일만 했을 뿐인데, 돌아온 냉엄한 현실에 허탈한 모습들이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집권 초 70%에 육박하던 지지율이 16%대로 곤두박질한 배경은 무엇일까. '강부자' '고소영'으로 대표되는 인사실패, 국민반발에도 불구하고 쇠고기 수입 재개와 대운하 사업의 강행, 그리고 '전봇대' '머슴' 발언에서 드러난 즉흥적 언행 등이 지지율 추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나 아찔한 추락이기에 대통령도 곰곰이 자신의 실책을 되짚어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위기의 본질은 대통령 본인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컴도저' 컴퓨터가 달린 불도저란 의미의 이 단어는 대통령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대표적 별명이다. 대통령 본인이 부시 대통령에게 자신을 '컴도저'라고 소개할 정도다. '20대 대기업 이사, 30대 사장, 40대 회장, 50대 서울시장, 60대 대통령' 이 대통령이 성취해온 승리의 역사에서 '컴도저'는 강한 추진력과 도전정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컴도저는 '여론에 신경 쓰지 않고 밀어 붙인다'는 이미지로도 쓰인다. 건설사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에게서 엿보이는 일방통행적 행보, 계몽주의적 독선 등 이 대통령 특유의 개인적 성향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평가다. 단지 위기가 예상보다 빨리, 전면적으로 왔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00일간 대통령은 많은 것을 잃었다. 눈에 보이는 지지율 추락은 물론 국가지도자로서 국정운영의 신뢰도도 치명타를 입었다. 지지율은 만회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치명적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는 사실이다. 국민들이 더 이상 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을 믿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위기원인을 '소통의 부재'로 자가 진단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쇠고기 파동에서 국민정서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고 인선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자신의 과오를 솔직히 인정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대통령 자신이 최고경영자(CEO)로서 성공했던 과거를 잊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회사의 CEO는 전권을 휘두른다. CEO가 결정하고 명령하면 부하 직원은 따를 수밖에 없다. CEO의 명령이 싫은 직원은 승진을 포기하거나 회사를 나가야 한다.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지지를 먹고 산다. 국민이 지지하지 않으면 일을 처리할 수 없다. 싫으나 좋으나 국민의 의사를 살펴야 한다. 이 대통령은 과거 자신의 성공신화를 만든 컴도저 본능을 벗고 겸손하게 국민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을까. 이 대통령은 진정으로 변할 수 있을까. 국민들은 여전히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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