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超)인플레, 지구촌을 강타하다

유일한 기자, 홍혜영 기자 | 2008.06.11 15:05
-에너지발 인플레 급등에 주가, 채권 급락
-이머징 국가 더 취약
-일부 두자리 인플레 시대… 장기화 우려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 중국, 베트남에서 미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경제를 옥죄고 있다. 금융시장도 크게 흔들린다.

특히 이번 인플레 상승은 신용경색에 따른 경기침체 위험까지 증가한 국면에서 나타났다. 금리인상을 통한 '심플한' 인플레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인플레 위험이 장기화되거나 자칫 고물가와 침체가 병행하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인플레의 시대, 혼돈의 시장·정책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11일 이틀간 폭락했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나 대폭 인상했다는 소식 충격으로 다가왔다. 투기자금 통제와 물가 상승을 잡기위한 고강도 긴축이었다.
5월 생산자물가(PPI)가 8.2%로 3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자 투자심리가 냉각됐다. 12일 발표될 예정인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높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중국의 물가 상승은 세계 물가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재무부채권 '투매'가 있었다. 벤 버냉키 연준(FRB) 의장이 유가 상승이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경고한 게 계기였다.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고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지난 6일 2.4%에서 10일(현지시간) 2.9%로 폭등했다. 채권 가격의 폭락이었다.

캐나다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캐나다는 10일 기준 금리를 예상 밖으로 동결하며 충격을 주었다. 경기부양을 위해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3%로 동결한 것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너무 심해 금리인하를 결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지난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인플레 억제를 위해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임을 시사했다.

◇이머징 국가들 인플레에 더 취약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 급등이 초래한 고물가 시대의 혼란은 이뿐 아니다. 이머징국가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등 선진국 의존도가 높은 이들 이머징 경제는 인플레에 보다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주력 시장인 미국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정부 재정이 취약해 방어막이 튼튼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B)은 10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이머징 국가들의 성장은 약간 둔화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원유,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인플레 압력이 부쩍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머징 경제의 힘이 되었던 상품 가격 급등이 지금은 큰 부담으로 변했다고 진단했다.
WB는 올해 세계 성장 전망을 3.3%에서 2.7%로 내렸다. 지난해 성장률은 3.7%였다. 이머징국가 성장률은 6.5%로, 지난해 7.8%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1년 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24개 주요 이머징 국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분의 3이 인플레이션 통제 목표치를 충족했다. 그러나 현재 모든 나라의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벗어난 상황이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대부분 나라가 2002년 경험했던 수준의 인플레를 겪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물가는 8%를 넘어섰는데, 2006년만해도 1%를 넘지 않았다. 올해 주가가 26% 급락한 인도의 지난 5월 물가는 8%를 넘어섰다.

인플레에 대한 전통적인 처방은 금리인상이다. 그러나 이는 경제 성장을 방해하고 증시에 부담을 준다. 이머징 국가들의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데, 금리를 인상하면 통화가치 상승이라는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세계 경제는 분명 큰 혼란에 직면했다. WB의 한스 티머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시장은 아직 견고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둔화 위험은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성장보다 인플레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상품 가격 급등만 인플레를 부추기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머징시장의 경우 밀려드는 해외투기자금이 자산 버블을 주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자릿수 인플레 시대..투자자 당혹
투자자들도 고물가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표정이다. 70억달러 정도를 이머징시장에 투자하는 시몬 할레트는 "물가 위험이 실질적으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은행들은 아직 공격적인 긴축을 취하지 않고 있다. 이머징국가들은 더 그렇다. 대신 밀가루, 휘발유 등 소비제품 가격 통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보조금 부담 때문에 에너지 가격을 올리면 어김없이 시민들의 저항이 나타나고 있다. 핌코의 이머징시장 공동대표인 커티스 뮤번은 "인플레 상승은 중앙은행의 처방을 압도하고 있다. 이머징시장의 채권 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5월 물가상승률이 25%에 달했던 베트남은 대출금리를 12%에서 14%로 인상했다. 베트남 증시는 25일째 약세다. 베트남 동화는 이날 1.9% 급락, 1998년 이후 최대폭 하락했다. 물가 급등을 의식해 누구도 자산을 사려들지 않는 상황이다.

중국의 물가는 베트남과 수준이 다르다. 그러나 투자자들의 근심은 큰 차이가 없다. 상하이에 위치한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의 스테판 그린 중국분석 책임자는 "지금은 투자자들이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미 여러 국가의 인플레 상승률이 두 자릿수로 올라섰다. 머지않아 두자리 물가상승에 합류할 나라들도 적지 않다. 러시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 대상이다. 지난주에만 러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가 기준 금리를 올렸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브라질의 경우 물가 압력이 그렇지 높지 않은데도 지난 5일 서둘러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11.75%에서 12.25%로 상향한 것. 1980년대 살인적인 물가폭등의 기억 때문이다. 도이치방크 계열사인 DWS 스커더의 테렌스 그레이 펀드매니저는 "브라질은 초인플레(하이퍼인플레이션) 시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를 잘 안다"며 선제적인 긴축이 이유 있다고 반응했다.

바야흐로 금리인하 시대는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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