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도 미국 쇠고기 문제점 지적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08.06.11 10:48
미 뉴욕타임스는 11일 2003년 광우병 검사가 광범위하게 실시된 이후 미국내에선 광우병 공포가 사라졌지만 미국 쇠고기 수출물량의 36%를 차지하는 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둘러싼 한국의 촛불시위를 보도하면서 '미국 쇠고기가 당면한 문제점들(Questions on US beef remain)'이라는 제목의 별도 기사를 통해 안전성이 의문시되는 미국 쇠고기 문제를 상세히 짚었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이같은 보도는 그동안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담보하던 미 언론들로서는 최초의 이례적인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쇠고기 안전성이 위협받고 있는 첫 번째 이유로 '대표성의 문제'를 꼽았다. 즉 광우병 검사를 받는 소의 개체수가 극히 적기 때문에 검사 신뢰도가 의심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선 매년 약 3000만 마리의 소가 도축된다. 그러나 광우병 검사가 처음 실시된 1997년 검사표본으로 사용된 소는 219마리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도축된 소 중 0.00073%에 불과한 표본이었다.

이 같은 '대표성의 문제'가 제기되자 2003년 2차 검사에서는 이보다 늘어난 2만마리가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2만마리도 유럽 일본과 비교했을 땐 현격히 적은 수치다. 유럽에서는 1997년 1000만마리의 소를 대상으로 광우병 검사를 실시했고, 일본은 도축되는 소 120만마리 모두 광우병 검사를 실시했다.

이후 표본수를 늘려야 한다는 소비자 단체들과 전문가들의 압력에 못이겨 미 농무부는 연간 4만마리의 소를 검사대상으로 확대했지만 이 같은 수치도 여전히 부족하다는게 중론이다.

미국 농무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현재 실시되고 있는 검사는 95%의 신뢰수준을 나타낸다"고 반박해왔다.

뉴욕타임스는 또 미 농무부에 집중된 육류 안전성 검사 권한이 광우병에 대한 의심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미국외 다른 국가들은 농무부에 식품안전성 검사 권한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농무부는 태생적으로 농·식품업 관련 매출을 늘리는데 정책 방향이 맞춰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식품의약국(FDA)이 아닌 농무부에 이 같은 육류에 대한 안전성 검사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더군다나 미 농무부에는 육가공업체 출신 관료들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어 이 같은 육류 안전성 검사를 축소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일례로 2003년 2차 광우병 검사 실시 당시 농무부 장관이었던 안 베네만은 식품업계 전직 로비스트였다. 또 당시 농무부 대변인도 육류로비업체 대변인 출신이었다. 당시 표본규모가 적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처럼 이해당사자가 국가 정책 기관에서 근무하면서 여러가지 폐해가 나타났다.

2004년초 FDA가 당시 소의 피, 양계장에서 나온 닭 사료 찌꺼기, 음식점에서 배출된 음식쓰레기 등을 소 사료로 사용하던 관행을 금지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농가에서는 소의 피가 우유대체물로서 송아지 사료로 사용되고, 다량의 쇠고기가 포함된 음식물 쓰레기가 사료로 사용됐다. 닭 사료에도 쇠고기 부산물이 포함되어 있는 등 광우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농무부는 동물성 사료가 쇠고기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FDA의 상식적 정책 집행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다.

농무부의 횡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04년 미 육류가공업체 크릭스톤이 자사 소 전체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하자 농무부가 이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당시 일본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크릭스톤은 일본 정부가 광우병 검사를 통과한 쇠고기에 대해서만 수입을 허용하겠다고 밝히자 이 같은 검사계획을 발표했던 것이다.

그러나 농무부는 크릭스톤의 이 같은 검사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금지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이 같은 농무부의 조치를 부정적 검사결과가 나올 경우 미국 육류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을 염두해 둔 결정으로 받아들였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국 쇠고기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는 높다. 이제까지 발견된 광우병 소가 세 마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 중 한마리는 캐나다 수입소고, 나머지 두 마리는 동물성 사료 금지 법안이 통과되기 전 출생했다.

이 같은 통계를 근거로 미 농무부는 자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전세계에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 시민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Humane Society of the United States)가 소위 '주저앉는 소(downer cows)'가 촬영된 영상을 공개하면서 미국 쇠고기가 여전히 광우병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주저앉는'건 광우병 소에게서 흔히 발견되는 증세이기 때문이다.

미 농무부의 주장과 달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여전히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는 이유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4. 4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
  5. 5 유명 사업가, 독주 먹여 성범죄→임신까지 했는데…드러난 '충격' 실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