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s 亞, 인플레 떠넘기기 '환율전쟁'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이승우 기자 | 2008.06.11 08:59

미국 선전포고에 한국·태국·인도네시아 등 동시대응

국제유가 폭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공포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 경제정책에 비상이 걸렸다.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인상에 잇따라 나서거나 자국 통화 강세를 유도해 수입되는 인플레이션을 차단하고 있다.

특히 외환시장에서는 미국과 아시아국가간 '인플레이션 떠넘기기' 전선이 형성될 조짐마저 나타난다. 미국이 금리인상과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인플레이션 잡기에 본격 나설 뜻을 내비치면서 역시 환율 하락을 통해 고유가 쇼크를 줄이려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외환정책과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미국 사실상 선전포고, "금리 올리고 강달러 유도하겠다"=미국 정부는 9일(현지시간) 적극적인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인플레이션이 미국경제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관계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모아 시장 개입과 긴축정책 등 달러 강세를 지지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들에 대해 발언하고 나선 것.

부시 행정부는 2001년 집권 이후 지금껏 한 번도 외환시장에 개입하지 않았다. 말로는 "강달러 정책에 변함없다"면서도 경상수지 적자 해소를 위한 달러 약세를 만끽해왔다.

하지만 고유가와 식품가격 급등이 인내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자 금리인상과 달러 강세를 통해 '인플레 수출'에 나설 태세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달러가치 상승을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역시 8일간 유럽 순방에 앞서 기자들에게 "강달러 유지를 위한 정책에 대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며 "강달러는 미국에 이익이 된다"고 전했다.

벤 버냉키 FRB 의장도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에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뉴욕 연방은행 총재,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방은행 총재도 "긴축정책이 필요하다"며 한마디씩 거들었다.


◇"인플레이션은 우리도 싫다"=다른 나라도 물가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기는 마찬가지다. 4월 이후 기준금리를 올린 곳은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에 걸쳐 10개국이 넘는다.

외환위기설이 돌고 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파키스탄 인도 등이 연쇄적으로 금리를 올렸고 러시아나 브라질과 같은 자원부국들도 금리를 올리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버냉키에게 선수를 쳤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주에 이어 9일에도 "인플레 우려에 대처해야 한다"며 다음달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내수과열을 막는 동시에 유로화 가치 하락을 막겠다는 뜻이다.

특히 외환시장에서는 미국과 아시아국가가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미국의 외환시장 개입 시사를 사실상 선전포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버냉키 의장과 폴슨 재무장관이 달러 강세를 지지하는 발언을 한 직후인 10일 한국과 태국 인도 등 아시아국가들이 외환시장에서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서는 모습이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됐다.

한국을 비롯한 일부 아시아국가의 경우 경제마저 하강국면에 돌입한 상태여서 물가방어를 위해 금리인상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기댈 것이라곤 자국통화 강세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다. 결국 고유가가 유발한 인플레이션이 잠잠해지지 않는 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쉽게 수그러들기 어려울 전망이다.

각국의 환율정책과 유가에 따라 수시로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일본에서 13~14일 열리는 선진8개국(G8) 재무장관 회담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고유가와 미국 달러정책에 대한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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