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에 컨테이너가(?)

류철호,조홍래 기자 | 2008.06.11 01:18

'6·10 촛불집회' 이모저모

'6·10 민주항쟁' 21주년 기념일을 맞은 10일 서울 도심 곳곳에서 진행 중인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다양한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시위대보다 턱없이 적은 인원으로 거침없는 '열혈촛불'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한 경찰의 새로운 병법(?)과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릴레이 시위'에 편승한 상술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2일 첫 집회를 시작으로 1개월 넘게 계속되고 있는 '촛불문화제'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도심 한복판에 컨테이너가‥시위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10일 아침 출근길, 시민들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도심 한복판에 항구에서나 봄직한 컨테이너가 난데없이 등장한 것.

문제의 컨테이너들은 경찰이 '촛불시위대'를 막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동원한 최후의 '방어선'이었다. 이날 경찰은 높이 2.7m, 무게 4t짜리 컨테이너를 2층으로 쌓아 5.4m 높이의 차단벽을 설치했다.

경찰은 컨테이너 안에는 모레를 채우고 '컨테이너 장벽'에 시위대가 오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공업용 윤활유까지 바르는 치밀함도 보였다.

하지만 경찰이 마련한 특단의 묘책(?)도 시위대 앞에서는 '무용지물'.

시위대들은 컨테이너 앞에 스티로폼을 계단처럼 쌓기 시작했고 경찰은 순간 아연실색했다.

다행히 '비폭력'을 호소하는 참가자들의 만류로 용감무쌍한 선봉대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침범하지는 않았지만 경찰은 또 다른 묘책을 구상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컨테이너' 세태 풍자의 장

경찰이 방어벽으로 설치한 컨테이너는 촛불집회 돌입 이후 삽시간에 시위대들의 협찬(?)으로 멋들어진 예술품으로 변했다.

시위대들은 각종 문구가 적힌 스티커와 쪽지로 컨테이너를 장식했고 민족미술인협회 소속 화가 등은 분필과 스프레이로 현란한 색채의 풍자그림을 그려 넣었다.

딱딱한 이미지에 곳곳이 녹슬어 초라하기만 했던 컨테이너가 도심 속의 '예술품'으로 거듭난 순간이었다.

○…"우리는 촛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간다."

'촛불집회'가 장기화되면서 경찰 등 당국은 죽을 맛이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때 아닌 특수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도 있다.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날마다, 촛불이 켜진 곳이면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노점상인들이 주인공.

어묵에 떡볶이 등 먹을거리는 물론 초와 태극기같은 시위대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들을 파는 상인들은 ‘촛불집회’ 개최 이후 '촛불'들과 함께 서울 도심의 밤거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에게 집회 참가자들은 생활고를 해결해주는 '은인'이고 집회 참가자들은 이들 덕분에 각종 필수품들을 손쉽게 구하고 허기도 달랠 수 있다.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광화문 앞에서 노점을 차린 김영분(48·여)씨는 "원래는 다른 곳에서 노점을 했는데 촛불집회로 사람들이 많이 몰린다는 소식을 듣고 장소를 옮겼다"며 "순수한 의미를 가진 집회를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한다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참가자들을 챙기다 보면 나름대로 보람도 크다"고 전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노점상인분들이 없었으면 배가 고플 때나 필요한 물건이 없을 때 큰 불편을 겪었을 것"이라며 "서로가 필요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인데 뭐가 문제가 되겠느냐"고 말했다.

○…집회 현장은 최고의 콘서트장…도심 곳곳에 '거리악단'

'촛불집회'와 함께 등장한 새로운 거리 문화 중에는 '거리악단'을 빼 놓을 수 없다.

집회 현장 곳곳에서 '촛불' 관객들을 초청해 최고급은 아니지만 저마다 손에 익은 악기로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는 거리의 음악가들에게 촛불집회가 열리는 거리는 최고의 콘서트장이다.

비록 분위기에 휩쓸려 실수도 연발하고 보수가 따르는 것도 아니지만 관객들의 호응만은 그 어느 공연장보다도 뜨겁다.

'4번째 음악회'를 열고 있다는 김미진(29·여)씨는 "때로는 날씨도 춥고 잠도 자지 못해 힘들지만 집회 현장에서의 거리 음악회는 끊을 수 없는 마약과도 같다"며 "연일 계속되는 집회에 지쳐있는 참가자들에게 힘을 불어넣고 우리들의 음악을 알릴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이젠 시위도 ‘최첨단’ 시대

"건물 벽에 촛불시위대 구호가 적혀 있다(?)'

10일 광화문 앞 촛불집회 현장 주변 건물 벽면에는 '이명박은 물러나라', '폭력경찰 물러가라' 등 촛불시위대의 구호가 가득했다.

미디어문화행동 소속 회원들이 '프로젝터(projector)'를 이용해 시위 구호가 적힌 슬라이드를 투영한 것이다.

단체 회원들은 "우리의 주장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생각해 낸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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