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도 외국나가면 …"신용부터 쌓으세요"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권화순 기자 | 2008.06.18 10:47

[신용고속도로 만들자] ① 신용사회의 초석

편집자주 | 금융산업이 발전하면서 '신용문화'가 경제활동 키워드로 부상했다. '신용'은 빚을 제때 갚을 수 있느냐의 "있다, 없다"는 차원을 벗어나 진화하는 금융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느냐의 "좋다, 나쁘다"라는 의미로 확장됐다. 정부가 신용대란 극복을 위해 '개인신용평가'(CB·크레디트뷰로) 제도를 도입한 지 10년. 당시 위기는 극복했지만 금융 소비자의 인식을 '신용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을 정도로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않다. 우리 신용문화의 현주소와 과제를 5회에 걸쳐 점검한다.

선진국선 신용성적 없으면 금융고아
우리도 신용으로 먹고사는 시대 도래
'개인신용평가'중요성 갈수록 커질것


◇학벌보다 중요한 신용성적=미국 뉴욕에서 4년째 유학중인 김유환씨(27). 국내서 공대 학부과정을 마치고 2004년 태평양을 건너간 그에게 미국 현지 적응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김씨를 가장 먼저 괴롭힌 것은 영어보다 한국에서 '아주 흔한' 신용카드였다. 당당히 은행 창구를 방문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신용거래 이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한동안 현금을 들고 다녔지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신용카드에 대한 갈증만 더해갔다. 결국 은행을 다시 찾아 직원에게 통사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가 받은 조언은 계좌를 개설한 후 일정액을 예금하고 그 한도에서 쓸 수 있는 체크카드 발급이었다. 이를 통해 신용카드를 만들려면 1~2년 이상은 기다려야 했다. 보다 빠른 방법은 소액신용대출. "'신용이 좋다(good credit) 나쁘다(bad credit)'는 단계가 아니라 아예 '신용이 없다'(no credit)는 수준인 만큼 어떻게든 거래실적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직원은 설명했다.

김씨는 신용이력을 만들기 위해 2000달러를 연 10%에 빌렸다. 이를 만기 전에 갚은 후 금액을 조금 늘려 다시 대출받고 상환하는 과정을 반복한 끝에 6개월만에 신용카드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김씨는 "미국이 신용사회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요즘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소한 백화점카드를 발급받거나 이자율이 높은 신용카드를 사용하다 업그레이드하는 사례가 많다"고 귀띔했다.


◇신용이 정말 돈이다=김씨의 고충은 미국 등지로 연수나 파견근무를 떠난 이들이 대부분 겪는 일이다. 해외공관으로 발령난 외교관이나 대기업 임직원도 예외는 아니다. 현지에서 쌓은 신용성적표가 없는 한 국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금융고아'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머지 않아 신용도가 좋아야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미 신용도가 낮으면 취업 때 불이익을 받거나 대출, 카드발급 등이 어려워지는 등 신용문화의 싹이 움트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는 물론 한도까지 차등화하는 중이다.

카드사는 CB에서 수집한 고객 신용성적과 함께 자체 운영하는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통과해야만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다. 이 문턱을 넘지 못한 고객은 체크카드로 신용도를 쌓은 후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대출관행도 크게 달라졌다. 종전에는 CB처럼 고객의 대출내역 및 신용현황을 파악할 수단이 없어 3~4곳 금융기관이 저신용자에게 동시 대출을 해주곤 했다. 하지만 CB로 모든 정보가 공유돼 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총 한도가 정해졌다.

◇CB 역할 커진다=금융소비자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CB는 신용사회의 관문이다. 금융회사는 CB가 보내준 정보를 토대로 거래 여부를 결정한다.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선진국 금융회사는 CB 정보가 없거나 신용성적이 좋지 않으면 거래를 하지 않는다. 카드대금이나 대출이자 연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는 CB가 불편한 시어머니만은 아니다. CB를 활용해 신용성적을 높이면 상대적으로 이자를 낮출 수 있다. CB가 없는 경우 '대출 부실률 상승 → 금융기관 수익성 하락 → 대출이자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CB는 한정된 자금을 원활히 재분배해 금융기관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그만큼 CB의 역할이 확대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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