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 날조 '초단타 작전' 활개 "단속시급"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 2008.06.10 16:45

더욱 대담한 수법…'연합 작전세력' 의혹

-공권력 위축, 금융당국의 감시망 소홀 등을 틈타
-치고 빠지는 '당일치기식' 수법 활용

증시에 '초단타 작전'이 다시 활개치며 투자자 피해가 우려된다. 오전에 매입한 뒤 인수·합병(M&A) 등과 관련한 '설'을 날조, 유포시키고, 추격매수세가 형성되는 순간 대량으로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는 형태다 .

초단타 매매가 한차례 훑고 가면 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거나 오히려 떨어진다. 그럴듯하게 포장된 루머에 고무된 개인 투자자는 이 과정에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어 주의해야 한다.

10일 증권가에서 대신증권과 교보증권에 대한 'M&A설'이 갑자기 다시 돌며 두 회사 주가가 요동쳤다. 하지만 모두 '사실무근'으로 알려지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한 대형 증권사 투자분석부장은 이에 대해 "최근 작전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대담하고, 특히 큰 욕심 없이 '당일치기'로 치고 빠져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라며 "감시망이 소홀해진 틈을 이용해 아예 드러내 놓고 시장을 휘젓는 행태마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전격Z작전, 대담한 수법=이날 개장 직후 증시에선 "롯데그룹이 대신증권을 인수할 것"이란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전날 롯데그룹이 코스모투자자문을 인수한다는 보도를 활용했다. 롯데그룹이 코스모투자자문의 현재 최대주주인 스팍스그룹과 손을 잡고 대신증권을 인수할 것이란 '설'이 유포된 것. 스팍스그룹이 현재 대신증권 지분 2%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집중 부각시키며 '연결고리'로 활용했다.

하지만 대신증권과 롯데그룹은 일제히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확인했다. 롯데그룹측은 "밖에서 흔드는 것일 뿐"이라며 "내부적으로 증권업 진출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주가는 루머가 돌 기 시작한 9시 30분부터 꿈틀거리더니 10시 30분에 146만1190주라는 거래량을 기록하며 급등했다. 한때 9% 이상 올랐으나 양측의 공식 부인발표가 나오며 하락해 전일 대비 550원(2.71%) 오른 2만850원을 기록했다. 이날 거래량은 약 447만주에 달해 올들어 최고 거래량이었던 지난 1월 22일( 약 157만주)의 3배 수준이었다.

교보증권을 놓고 진행된 작전은 더욱 대담했다. 개장 직후 "교보생명이 긴급이사회를 열어 유진그룹으 로 교보증권을 넘기는 안건을 논의한다"는 루머가 빠르게 퍼졌다. 심지어 "유진그룹측이 교보증권을 주당 3만2000원에 가져간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결재만 남았다"는 '확정형 루머'도 나돌았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이날 이사회 개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다만 교보증권은 이날 4시 이사회를 열어 임기완료된 사외이사 선임 건을 다뤘다. 교보증권 이사회 개최를 교보생명으로 바꾼 뒤 M&A 관련 회의로 탈바꿈시키는, 대담한 수법을 사용했다.

교보증권은 '설'이 확산되던 9시 30분 전일 거래량(약 99만주)에 가까운 85만주가 대량거래되며 한때 5% 가량 올랐으나 '사실무근'으로 확인되며 전일 대비 1400원(6.51%)내린 2만100원에 장을 마쳤다. 거래량은 약 249만주였다.

이날 펼쳐진 작전은 개인들이 순매수 주체였다는 점,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증권종목이어서 개인들의 매매가 활발했다는 점 등을 종합고려하는 등 치밀함을 보였다.

◇왜 다시 활개치나=증시 작전세력은 지난 노무현 정권 때 엄한 단속을 꾸준히 펼친 결과 상당히 위축됐었다. 금융당국은 작전이 주로 루머 또는 정보(속칭 찌라시) 시장을 통해 이뤄진다고 판단, 불법·탈법적인 정보시장 관계자들을 색출해 처벌해왔다.

하지만 촛불집회에 따른 정부 공권력 위축, 금감원 인사 등에 따른 금융당국의 감시망 소홀 등을 틈타 다시 활개치고 있다. 특히 최근 증시가 지루한 횡보국면을 이어지면서 '먹을거리'가 줄어들어 작전을 통한 한몫챙기기에 솔깃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여러 채널(증권사)을 통해 순식간에 대량으로 거래하는 초단타 매매의 경우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최근 흐름을 보면 몇몇 세력들이 힘을 모아치고 빠졌던 '작전 전성시대'가 재현되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작전세력들은 심지어 언론의 경쟁심을 이용해 이용하고 있다"며 "루머를 직·간접적으로 언론에 흘려 기사화시키고, 이를 근거로 재차 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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