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를 버리고 미술관으로 가라

백경숙 리브로MD | 2008.06.26 12:10

[머니위크 book]딜리셔스 샌드위치

한국 사람들은 나이를 불문하고 대부분 스스로를 샌드위치 세대라고 생각한다. '요즘 같으면 저 자리에 올라가지 못했을 사람이 세상 잘 만나서' 그러다 뒷세대를 보면 열등감이 느껴진다. 영어 잘하고, 똑 부러지고, IT에도 능숙하고, 시대흐름도 더 잘 읽는 것 같다.

이렇게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래위로 식은 빵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나는 샌드위치신세야"라고 한탄하고 있다. 저마다 피해의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우리에게 짓눌린 샌드위치가 될 것인가, 딜리셔스한 샌드위치가 될 것인가를 묻는다. 또 지금까지는 경제적 능력이 문화수준을 규정했다면 이제는 문화수준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화경쟁시대가 왔음을 알린다. 고객이 사는 것은 상품이 아니라 문화인 것이다.

이 책은 샌드위치 세대, 샌드위치 한국이 딜리셔스해질 문화경쟁력을 높이는 법을 뉴욕 곳곳에서 찾은 컬처비즈 전략을 생생한 사례를 통해 밝힌다. 그렇다면 저자가 말하는 '딜리셔스'한 샌드위치로 살기 위한 실천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문화적 세대차이 없애기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 사람들은 '문화'라는 말이 나오면 '나이'라는 색깔부터 먼저 규명한다. 그래서 '우리들 문화', '당신들만의 문화'로 나눈다. 할아버지도 원더걸스를 좋아하고 초등학생도 '땡벌'을 좋아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문화는 최신유행과 다르다. 오히려 문화를 나이로 구분하거나 반대로 세대를 문화로 구분하려는 시도 자체가 반 문화적인 것이다. 무조건 '대화 자체가 안 된다'라며 답답해하기보다는 모든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두번째는 문화로 노후를 대비하기. 미국의 노년들은 대학주변으로 몰린다. 그곳의 평생교육 코스에서 언제나 새로운 것을 배울 수도 있고 스포츠 경기나 문화행사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문화적 깊이가 있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나이를 불문하고 서로 대화가 잘 통하기 때문이다.

늙어도 자식들과 공연을 볼 수도 있고 손자 손녀들에게 좋은 책을 추천해줄 수도 있는데 누가 노인네 취급을 하겠는가. 이렇게 눈에 보이는 재테크 이상으로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 노후 대비인지 증명된 셈이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아이들에게 문화 체험시켜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어린 시절 문화적으로 넉넉한 경험이 아이들의 영감을 키운다. 자식들이 진짜 '밥그릇 탄탄하고, 체면도 유지되고 편안한' 직업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면 공무원 시험 준비를 시킬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문화를 보여줘야 한다.

할인점 카트를 미는 가장이 아니라 그림을 함께 보는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가장의 문화적인 마인드가 아이들에게는 가장 큰 유산이 될 것이다.

문화적 마인드를 갖게 되면 샌드위치에 꼭 끼인 시든 양상추 같은 우리 세대가 딜리셔스한 샌드위치의 맛을 알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10만원 넘는 예술의 전당 공연 같은 고급 공연만 찾아 다니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른 문화, 새로운 것, 비주류에 대해 포용력과 호기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지식창고가 아니라 문화 텃밭에서 자라는 것은 이러한 유연성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딜리셔스 샌드위치>는 우리 기업의 생색내기식 문화마케팅의 문제점도 지적하며, 문화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진정한 창조경영과 진화하는 리더쉽의 대안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미덕이다.

유병률 지음/웅진윙스 펴냄/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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