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0점, 직원들은 100점"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 2008.06.12 12:41

[뉴리더&컴퍼니]부방테크론 리홈 이대희 사장

지난해 초 부방테크론의 사령탑에 오른 이대희(38·사진) 사장은 '초보 CEO'다. 사장 경력이 이제 1년을 갓 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CEO로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 "힘들다"며 속내를 감추지 않는 모습이 그렇다. 심지어 자신의 경영 점수는 "0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말은 끝까지 들어야 하는 법. "힘들지만 해볼 만하다", "나는 0점이지만 직원들은 100점이다." 그의 화법이다. 반듯한 가정교육을 받아 겸손과 배려가 몸에 밴 덕분이다. 서울 삼성동 본사에서 그를 만났다.

◇3세 경영인, 봉사

부방 전기밥솥의 장점을 우선 물었다. 기능에서 디자인까지 이 사장은 답변은 막힘이 없었다. "제가 자취만 9년을 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유학 가서는 돈이 없어서 냄비로 밥을 해보기도 했죠. 그래서 밥을 맛있게 짓는 법을 스스로 터득했죠."

중견그룹 오너의 자제가 전기밥솥 살 돈이 없었다니…. "저는 약과입니다. 저보다는 아버지가 더 고생했습니다. 아버지가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는 할아버지가 첫 학기 학비만 보내셨죠. 학비와 생활비는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벌어야 했죠." 가풍이 짐작이 됐다.

이 사장의 조부인 이원갑 회장은 1934년에 부산방직공업을 세웠다. 부친인 이동건 회장은 창업주로부터 회사를 물려받은 후 부방테크론을 설립하는 등 사업의 외연을 확장시켰다. 이후 연매출 3000억 원대의 중견 기업 그룹을 일궈 냈다.

이런 부친을 이 사장은 가장 존경하는 CEO로 꼽았다. CEO로서의 자세나 삶의 철학 등은 부친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회장의 평소 조언이 궁금했다. "늘 겸손하고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인내심을 기르라는 말도 많이 하십니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자세도 배웠다. 조부는 한국로타리클럽 총재를 지냈고, 부친은 국제 로타리클럽 차기 회장이다. "자선사업가가 꿈이었던 어린 시절에 아버지께서 회사를 잘 운영해 고용창출을 하는 것도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도 나중에는 나눔을 실천할 겁니다."


◇열정과 도전, 그리고 변화

부방테크론은 '리홈'이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사장은 관행은 깨뜨리고 새로운 도전에는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고 항상 직원들에게 강조한다. 과거 안정적인 길을 택했다 성장의 발목이 잡혔던 경험이 자극제가 됐다.

2000년대 초 대기업이 밥솥업계에서 완전 철수한 후 시장은 무주공산이 됐다. 부방도 독자 브랜드를 출시했지만 한발 늦었다. 1998년 독자 브랜드를 출시하며 먼저 가시밭길을 간 쿠쿠가 시장을 선점한 뒤였다. 쿠쿠가 독자노선을 선택했을 때 부방은 쿠쿠의 물량마저 받게 돼 쾌재를 불렀다.

"OEM은 보통 한 회사와 하는데 저희는 삼성 LG 대우 삼사에 제품을 공급했습니다. 그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았죠. 좀더 일찍 도전에 나섰다면 업계의 판도가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도전과 변화를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 사장 자신도 CEO로서 도전에 나선 셈이다. 해볼 만 하다고 결의를 다진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녔고, 일본에서 선진 유통 시스템을 배워 글로벌 비즈니스 감각을 키웠다. 유학 후에는 LG정보통신에서 해외업무를 담당했고 군 생활은 장교로 마쳤다. 이 모든 과정이 유능한 CEO로 성장하기 위한 관문들이었다고 그는 생각한다.

이 사장은 10년 후 부방테크론의 모습을 어떻게 상상하고 있을까. "삼성전자가 1980년대에는 국내에서 일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에 이제는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잖아요. 저희 회사의 모토가 열정 도전 변화입니다. 10년 후에는 종합 생활가전 기업으로 탄탄한 입지를 굳힐 겁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5. 5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