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운용본부장 인선, 석연찮다

더벨 전병윤 기자 | 2008.06.11 09:10

[thebell note]최종 3명 추린후 모두 퇴짜.."면접땐 질문도 안하더라"

이 기사는 06월10일(11:38)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장고(長考)끝에 악수(惡手)뒀다."

국민연금의 신임 기금운용본부장 공개모집 결과를 두고 나온 말이다.

지난 9일 보건복지가족부는 국민연금의 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린 최종후보 3명에 대해 "모두 부적격"하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의사를 밝혔다.

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4월중순부터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을 뽑기 위해 공개모집한 후 20명의 지원자 가운데 3명을 최종 후보로 압축해 임명권자인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게 추천했으나 '퇴짜'를 맞은 셈이다.

이로써 공석이 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장을 새로 뽑기 위해 한 달반을 고심했지만 결과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재공모 절차를 밟으면 한 달여간 시간이 흐르고 총 3개월 동안 기금운용 수장이 공석으로 남을 처지에 놓였다. 벌써부터 기금운용의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22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국민연금의 기금운용의 책임자를 뽑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차라리 시간에 쫓겨 졸속으로 후보를 임명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인선과정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기금운용 본부장 후보들은 그 어느 때보다 거물급이 많았다. 현직 인사도 출사표를 던질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외부 기관에 의뢰해 뽑은 면접 후보자 6명에는 전직 자산운용사 대표이사 출신이 2명(백경호전 우리CS자산운용 대표, 유병득 SH자산운용 대표)과 연기금(김영덕 공무원연금 자금관리단장)과 기관투자가(채규성 새마을금고 연합회 자금운용본부장, 안동규 동부화재 자산운용 총괄상무)의 자금 운용부서 최고 책임자들이 포함됐다.

또한 현직 펀드매니저인 정경수 우리CS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도 후보군에 들었다. 후보들 모두 운용경력이나 조직관리 측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평을 받았다. 적어도 자산운용의 전문성과 경험 부족이 탈락한 이유는 아니라는 얘기다. 탈락 예상자를 골라내기 어려울 정도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됐다.

문제는 후보가 아니라 인선과정에서 먼저 노출됐다. 면접 후보군에 들었던 한 인사는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했다.

"면접 예정소요시간이 25분이었는데 다 채우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운용본부장을 뽑자면 물어볼게 많았을 텐데 질문은 하지 않고 듣기만 하더라"며 "또 후보추천위원들은 자산운용에 대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새 이사장이 내정되자 '코드를 맞추기 위해' 기금운용 본부장 인사를 원점으로 돌렸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른 후보자는 "신임 이사장이 내정된 후 마지막 단계에서 지금까지의 인선 결과를 엎은 걸 보면 코드에 맞는 인사를 다시 뽑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후보추천위원회에는 국민연금 이사장 대행(후보추천위원장)과 보건복지가족부 연금정책관이 포함돼 있다. 적어도 면접 후보자를 뽑을 때는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의 의견이 반영됐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중에서 다시 골라낸 3명을 모두 거부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보건복지가족부가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지원했던 최종 후보 3명을 '부적격'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넓게 해석하면 면접 후보군 포함된 6명 뿐 아니라 지원자였던 20명 모두 재공모 절차를 보이콧할 움직임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인사는 "이렇게 망신을 줬는데 누가 재차 지원하겠냐"고 했다. 자산운용업계의 인재풀이 그리 넓지 않은 상태에서 재공모를 추진할 경우 자칫 '자충수'를 둘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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