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대책 '기브 앤 테이크'… 왜?

머니투데이 원정호 기자 | 2008.06.10 07:03

건설업계 "차 떼고 포 뗀 대책, 미분양 해소못해"

정부가 '선 분양가 인하, 후 미분양 지원대책'을 추진키로 한 것은 이번 대책이 건설업계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지방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한 것은 수요예측을 제대로 못했거나 지나치게 높은 분양가를 책정한 건설업체 책임인 만큼 건설업계가 먼저 분양가 인하 등의 '성의'를 보여야 세제 지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밀어내기식으로 분양하고, 지역 실정을 감안하지 않고 대형 위주의 아파트를 짓는 등 업계의 잘못이 적지 않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마디로 기업에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기브 앤 테이크' 차원에서 미분양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흑자 도산이 걱정되는 견실한 건설회사을 보호하고 금융권의 직접적 타격을 피하는 데 정부의 미분양 대책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무조건적 지원을 통해 한계에 닥친 건설기업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도 "건설기업을 위한 게 아니라 지방 건설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것"이라며 대책의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4월 권홍사 대한건설협회 회장(반도건설 회장)이 업계의 고분양가 거품빼기 노력을 확산시키기 위해 평택 용이지구의 반도유보라아파트 분양가를 지자체 승인가보다 10% 이상 낮춘 것을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분양가를 낮추면 세제 지원 등의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 분양가를 인하하면 그만큼 미분양 소진도 빨라지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분양가를 지자체 승인가보다 어느 수준으로 인하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부처간 협의가 진행중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는 지방 공급과잉과 고분양가 등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지금도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A건설사 고위관계자는 "미분양 단지에서 벌이는 중도금 후불제, 중도금 무이자 계약금 정액제 등은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분양가 인하효과가 있다"면서 "이 같은 노력을 무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냉각된 지방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세제뿐 아니라 대출규제 등 금융부문도 함께 완화해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미분양 문제도 해소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업계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분양아파트 적체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면서 지난 3월 말 기준 정부 공식통계로 미분양 물량이 13만가구를 넘어 12년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미분양이 25만가구에 달하고 여기에 잠겨 있는 돈만 25조원이 넘을 것이라고 추산한다. 지방 시장의 경우 실수요자도 주택 매입을 꺼리는 등 거래가 올스톱돼 고사 위기 상황이라는 것.

수도권 미분양 문제에 대해서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고분양가 분양으로 미분양이 난 사업장도 있지만 주변 시세와 비슷한 가격에 분양했는데도 분양이 안된 곳이 적지 않다는 것. 이는 DTI 등 금융규제와 세제 규제로 인해 집 갈아타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수도권에 5억원짜리 집이 있고 연봉 1억원 이상인 맞벌이부부도 DTI 규제로 2억원 정도 밖에 대출받지 못한다"며 "세제 및 금융규제로 소비자가 원해도 집을 갈아타는 게 쉽지 않고 이게 결국 사상 최대 미분양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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