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실질금리-불안한 증시, 탈출구는?

머니위크 황숙혜 기자 | 2008.06.11 12:12
고유가의 여파로 최근 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 이자소득세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영역으로 본격 진입했다. 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데 따라 실질적인 이자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시중 자금은 갈 곳을 잃었다. 물가를 감안하면 이자 소득이 마이너스인 예금도, 불안한 등락을 지속하는 국내외 증시도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자금을 묻어 두기에는 매력적이지 않은 탓이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생산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11.6% 급등, 두자리수의 상승률을 보인데 따라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상승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실질금리의 하락 압력이 더 커지는 셈이다.

안전 자산에서도 위험 자산에서도 머물 곳을 찾지 못한 시중 자금이 초단기 운용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로 몰리면서 그 규모가 80조원에 육박했다.

정기적인 근로소득이 있는 직장인은 물론이고 은퇴 자금에 생활을 의존해야 하는 퇴직자의 고충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비법이 없을까.

◇ 6.0% 이상 특판 예금을 노려라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예금이 제공하는 명목 금리는 대부분 5.4% 수준이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9%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자소득세를 뺐을 때 이자 소득이 마이너스 수준인 셈이다.

하지만 특판 예금 중에는 6.0% 이상의 이자를 제공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다. 단기 자금이거나 원금 손실 위험에 노출되면 곤란한 자금의 경우 특판 예금 중에서 보다 높은 이자 상품을 찾아보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기업은행은 이달 말까지 최고 연 6.0%의 금리를 주는 특판 예금은 1조원 한도로 판매한다. SC제일은행 역시 연 이자 6.0~6.2%의 특판 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이밖에 저축은행에서도 6.5% 내외의 특판 예금에 가입할 수 있다. 일반 예금 금리가 5.0%대 중반인 점을 감안할 때 특판 예금에 가입하면 많게는 1.0%까지 더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강경률 SC제일은행 목동으뜸뱅킹센터 PB는 "은행권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고금리의 특판 예금으로 시중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며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고객의 경우 특판 예금을 이용해 마이너스 실질금리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ELSㆍELD로 금리보다 높은 수익 추구

투자자들이 저금리 예금 상품과 급변동하는 주식시장을 모두 회피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금융회사들은 ELS(주가연계증권)와 ELD(지수연계정기예금)을 연이어 선보이며 자금 몰이에 나섰다.

은행에서 판매하는 ELD는 국내외 주가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며 예금자보호 상품인 만큼 원금에서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없다. 반면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ELS는 지수나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기 때문에 대개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일 대비 만기일 현재 40~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이 보전되지만 낙폭이 클 경우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은행은 정기예금과 함께 ELD에 가입할 경우 추가 금리를 제공하는 형태로 시중 자금 흡수에 나섰다. 두 가지 상품에 동시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목돈이 묶이는 만큼 최고 금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조건을 주의깊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녹아웃(knock-out)이 되는 경우 ELD의 수익률이 0%로 떨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정기예금 금리에 못 미치더라도 일정 부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인지 따져보는 것이 필수다.


기초자산의 향후 가격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철저하게 점검하고 미리 제시된 최고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지나치게 욕심을 내 만기 수익률이 높은 상품만 찾다가는 조기환매가 어려워지거나 만기에 가서 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만기 수익률이 높으면 그만큼 리스크도 높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 헤지 차원에서 원자재에 장기 적립식 투자

투자 자금 중 일부를 인플레이션에 베팅하는 것도 한 가지 전략으로 제시됐다. 인플레이션의 원인을 제공한 상품 시장에 투자함으로써 자산 가치 하락을 헤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상품 투자로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고공행진하던 원유 가격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정점'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고 금을 포함한 일부 상품 가격은 내림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한 가지 품목의 상품에 투자하는 것보다 분산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최성우 포도에셋 팀장은 "적립식으로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인플레이션과 마이너스 실질금리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 "하지만 상품 투자로 고수익을 올리겠다는 기대보다 주식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글로벌 증시가 약세 흐름을 보일 때 추세를 이겨낼 수 있는 주식시장을 찾기는 힘들지만 원자재 시장은 상대적으로 강하게 버티기 때문에 분산 차원의 투자처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기 자금이면 이머징마켓 주식

물가 상승에서 소비 위축, 기업 실적 저하로 이어지는 경기 둔화 움직임이 짙어지고 있지만 주식시장을 외면하는 것이 상책은 아니라는 의견이다.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단기 자금을 시장위험에 노출시키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지만 장기 자금이라면 일정 부분 주식형 펀드에 적립식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는 것.

은퇴자 역시 안정성만을 고집하며 저금리 예금에 노후 자금을 묶어두는 것보다 당장 필요한 자금을 제외한 장기 자금을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 길게 볼 때 기대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전문가는 조언했다.

특히 성장이 둔화되는 선진국 증시보다 인플레이션을 극복할 만큼 탄탄한 성장이 뒷받침된느 이머징 마켓이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3. 3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4. 4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