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 베어스턴스처럼 안된다는데…

유일한 기자, 홍혜영 기자 | 2008.06.09 11:24

자금 수혈, 대규모 자산 매각 등 위기상황에 전력 투구중

'제2의 베어스턴스'로 우려의 눈초리를 받고 있는 리먼 브러더스가 대규모 자산 매각에 이어잇딴 자금 수혈 등 대대적인 비상처방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 또는 10일께 최대 50억달러의 추가 자금 수혈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진 리먼 브러더스가 2분기중 12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덜어냈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리먼은 오는 16일 2분기 실적을 공개하는데, 상장 이후 첫 분기 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제2의 베어스턴스 피하려는 몸부림
리먼이 대대적인 자산 매각에 나선 이유는 한마디로 제2의 베어스턴스가 되지 않기 위해서다. 서브프라임 손실 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자본을 확보해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인 것이다.

이번에 매각한 자산중 180억달러는 모기지와 차입매수(LBO) 대출 등 쉽게 매각이 안되는 위험자산인 것으로 전해졌다.

UBS의 글렌 쇼 애널리스트는 "리먼은 공격적인 레버리지 축소 등 위기에 잘 대처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좋지 않고 때문에 그들이 원하는 신용을 항상 얻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리먼은 베어스턴스와 다르지만 위험 자산이 많다는 공통점 때문에 그렇게 낙관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리먼의 최고경영자(CEO)인 리차드 풀드는 40년 동안 리먼에 몸담고 있다. 1998년에도 그는 자산을 20%나 줄이는 조치를 단행했다. 당시 러시아와 아시아의 채권시장이 망가지면서 리먼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의혹이 증폭됐었다.

◇차입비율 대대적 축소 조치
올해에도 풀드는 위기에 대비해 필요한 모든 실탄을 준비해야하는 처지다. 지난주 리먼은 단기 자금 조달을 통해 유지해오던 단기 대출 자산을 2분기중 줄였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현금 비율을 20% 증가한 400억달러로 늘렸다.

이에따라 리먼은 JP모간에 팔린 때의 베어스턴스보다 2배 많은 현금을 확보학게 됐다. 또 이달 추가자금 조달에 성공하면 베어의 3배 이상되는 자본금을 확보하게 된다. 340억달러다.

2분기 자산 매각과 40억달러 이상의 자본 조달을 통해 리먼의 '차입 비율'(자본금 대비 자산 비율)은 1분기 32배에서 25배로 줄었다. 베어는 34배였었다. 모간스탠리는 33배, 골드만삭스는 24배다.


라덴버그 탈만&Co.의 딕 보브는 "리먼이 올해 13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팔아야할 지 모른다"고 예상했다. 자산 매각과 자본금 확충을 감안할 때 리먼의 차입비율은 15배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브는 추정했다.

◇미래 성장성 차단 지적도..리먼 이전같지 않다
그러나 높은 이익 성장세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하고 있다는 지적도 동시에 받고 있다. 지금의 위기만 지나면 다시 이전과 같은 고수익을 내는 은행이 될 수 있는데, 너무 심하게 이 가능성을 없애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의 고수익 여부는 자산 규모에 달려있다. 특히 위험 자산은 고수익의 원천이었다.

뱅크오브 아메리카(BOA)의 마이클 헥트 애널리스트는 "차입비율을 줄이면서 리먼의 수익성은 2006년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 10년간 평균의 절반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딕 보브는 "향후 수년간 리먼의 이익은 과거에 볼 수 없는 수준으로 후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먼은 지난 7월 이후 6400명의 임직원을 해고했다. 전고용자의 25%에 해당한다. 이는 주요 은행과 증권사중 가장 높은 해고 비율이었다.

◇주가 올해 51% 폭락..2분기 모기지 베팅 손실도
리먼의 2분기 순손실은 10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용시장 붕괴로 인한 상각만 30억달러 안팎이 될 전망이다.

예상밖 손실은 잘못된 베팅이 한몫했다. 리먼은 2분기중 자산을 매각하면서 동시에 모기지 지수의 하락에 베팅했다. 그러나 3월 중순 베어스턴스 매각을 계기로 모기지 시장이 호전되면서 지수가 급반등했고 이 과정에서 리먼은 5억~7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하기도 했다. 기존에 보유한 자산 가치의 하락에다 자기자본 매매에서도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폭스-핏의 데이비트 트론 애널리스트는 "2분기 자산 매각에도 불구하고 리먼은 여전히 LBO 대출 등 쉽게 매각할 수 없는 자산을 1000억달러 정도 보유하고 있다. 자산 매각이 이어질 수록 손실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리먼 주가는 3월17일 하루에만 48% 폭락하기도 했지만 이후 이를 대부분 만회하는 반등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주 12% 급락하는 등 올해 51% 폭락했다. 이는 미국내 주요 11개 증권사중 최대 하락이다. 지난주 S&P는 리먼, 모간스탠리, 메릴린치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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