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음주와 '사악한 펀드'의 고수익

손욱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 2008.06.09 08:21

[경제2.0]

얼마 전 '이코노믹인콰이어리'(Economic Inquiry·2008년 1월)라는 학술지에 음주와 흡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인이 무엇인지를 연구한 논문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우선 음주는 소득수준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득이 높으면 비싼 술, 낮으면 저렴한 술을 마실 뿐이지 절대적인 알코올 섭취량에는 별 영향이 없다는 겁니다. 유전적 요인이나 가정환경도 별 영향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성격이 내향적인지, 자주 만나는 그룹이 술을 마시는지 여부가 음주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한편 시간선호 할인율이 높은 사람의 알코올 소비가 많았습니다. 현재 소비보다 미래 소비의 가치를 매우 낮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내일은 없다' 식으로 폭음을 한다는 뜻입니다. 언제 음주를 시작했는지도 중요한데, 20세 이후 음주를 시작한 사람은 10%가 평생 음주를 계속하지만 14세 이전에 시작한 사람은 40%가 일생 동안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흡연은 어떨까요. 평균적으로 교육수준이 낮고 블루칼라 노동자가 흡연율이 높았습니다. 또 미국의 경우 주마다 담배세가 다른데 담배세가 높은 주에서 흡연율이 낮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담배가격이 비싸서라기보다 세율이 높을수록 흡연 위험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어 흡연을 억제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흡연자들 역시 담뱃값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안전벨트를 잘 매는 사람이나 식이요법 등을 통해 건강관리에 애쓰는 사람은 흡연도 억제한다는 것입니다. 또 건강보험 없이 지내는 사람은 흡연율도 높을 뿐더러 일단 시작하면 끊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안전이나 건강 측면에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행위와 흡연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겁니다.

투자 측면에서 두 가지 적용이 가능합니다. 첫째는 음주·흡연자의 투자성향입니다. 음주를 즐기는 사람은 미래를 위해 오늘의 소비를 포기, 즉 투자하는 대가가 크므로 높은 투자수익률을 요구하게 됩니다.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만큼 고위험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을 겁니다.


흡연자도 위험에 덜 민감한 만큼 투자행위에서도 위험 기피 성향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변에 있는 음주·흡연하는 주식투자자나 펀드매니저들을 유심히 살펴보시지요. 이론대로라면 이들은 상승장에서는 빛을 보지만 하락장에서는 여지없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지 않겠습니까.

둘째는 술·담배 제조회사의 수익률입니다. 음주나 흡연 결정은 소득에 민감하지 않습니다. 즉 술·담배 제조회사는 불황에 별 영향을 받지 않는 경기방어적 산업이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이들은 규제장벽이 높기 때문에 독과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사악한 펀드'(vice fund)라는 것이 있는데 담배·술·도박처럼 반사회적 업종에 투자하는 펀드입니다. 이는 친환경적이고 사회 공헌도가 높은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이 펀드가 처음 미국에 선보였을 때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지만 수익률이 시장 평균보다 지속적으로 높게 나오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하이트맥주, 두산, 강원랜드 같은 회사가 이러한 펀드에 편입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여러분 이들 기업의 주식수익률을 한번 계산해 보시죠, 미국에서 처럼 시장 평균 이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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