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보험공사, 아프리카 밀림 간 까닭은

토아마시나(마다가스카르)=양영권 기자 | 2008.06.09 12:24

자원개발 현장을 가다<5-2>자원개발 펀드보험 도입, 보험계약 위해 현지실사

박희선 한국수출보험공사 과장은 지난해 5월 마다가스카르의 밀림 한가운데 있었다. 그는 마다가스카르의 수도 안타나나리보에서 동쪽으로 80km 떨어진 암바토비 니켈광상을 둘러보기 위해 지프차를 타고 밀림을 달렸다.

길이라고는 하지만 숲에서 나무만 베어내 겨우 차가 다닐 수 있게 만들어놓은 수준이었다. 당연히 도로 표지판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전날 내린 비 때문에 붉은색 진흙은 물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차가 지나간 자리에는 깊고 굵은 타이어 자국이 남았다. 그렇게 간신히 달리다 앞바퀴가 진흙에 박혀 차가 멈춰섰다. 모두 내려 삽으로 바퀴 주위의 흙을 파낸 뒤 차를 밀었다.

↑박희선 과장을 태운 지프차가 밀림 한가운데로 난 흙길에 멈춰서 있다.
다시 한참을 달렸으나 이번에는 길을 잃고 말았다. 바퀴 자국을 따라 되돌아가 겨우 길을 찾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안타나나리보에서 출발한지 3시간 여 만이었다. 습하고 더운 날씨였다.

그를 포함한 암바토비 실사단은 붉은 흙으로 덮인 암바토비 광상에서 니켈광 사업권을 갖고 있던 다이나텍(Dynatec) 관계자들로부터 브리핑을 들었다. 니켈과 코발트가 포함된 흙도 직접 확인했다.

박 과장이 마다가스카를 찾은 이유는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에 투자하는 해외자원개발펀드의 보험 계약을 위해서였다. 그는 "자원개발 사업은 문서로만 확인해선 모른다"며 "투자 환경을 피부로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수출보험공사는 깊은 밀림 속에서 자원의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서야 올 3월 하나UBS지산운용과 보험가액 1억800만달러 규모의 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하나UBS가 지난해 12월 1302억원 규모의 자금을 모집해 광업진흥공사와 니켈생산물 수익거래계약을 체결한데 대한 보험계약이었다. 이 계약에 따라 하나UBS는 광진공이 광구에서 얻는 수익의 17.75%를 7년 동안 지급받기로 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은 수보와의 보험계약을 통해 암바토비 니켈광 사업자가 도중에 파산하거나 광물 매장량이 적어 당초 예상만큼 수익을 낼 수 없더라도 최대 1억800만달러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성공 확률이 10~20% 정도에 불과한 탐사광구뿐 아니라 매장이 확인된 광구나 개발 중이거나 이미 생산하고 있는 광구라 해도 성공 확률은 높지 않다. 개발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해당 국가의 정치적 변동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지진이나 태풍으로 개발 시설이 훼손될 수도 있다. 게다가 투자자로서 개발 업체의 신용 위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보는 국내 민간 자금이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투자를 할 때 각종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해외자원개발 펀드보험을 도입했다. 첫 계약은 지난 2006년 11월 한국석유공사와 맺었다. 석유공사가 베트남 15-1광구 유전에 투자하면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맺은 보험으로 규모는 약 2억960만달러였다.

지난해에는 3건의 해외자원개발 보험 계약을 맺었다. 규모는 총 2329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총 1조5000억원으로 계약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는 2조7000억원어치의 보험계약이 예상된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해외 자원개발에 관심을 가진 민간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보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수보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을 '돈 수출'이라고 생각한다. 수보의 역할은 돈 수출을 도와 국재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를 막고 안정적인 자원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해외자원개발 보험 계약이 있을 때마다 수보의 자원개발지원팀은 현지답사에 나선다. 예멘, 중국, 베트남, 마다가스카르, 멕시코, 러시아 등. 자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 간다. 국내 자금의 위험 회피를 돕는다는 점에서 수보는 해외 자원개발의 또 다른 역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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