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에 갇힌 靑, 비상체제 돌입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08.06.07 13:03

민심이반·여당 엇박자에 분위기 뒤숭숭

- 비서관 일괄 사표 제출
- 쇠고기 정국 촉각 곤두
- 촛불시위 청와대 포위…경찰특공대도 80여명 배치
- 높아가는 재협상론에 고심도 커져

# 6일 저녁 무렵,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춘추관 기자실을 급하게 찾았다. 청와대는 전날 6·4 재보선 참패에 대한 공식 입장 표명도 피하며 쇠고기 정국 해법을 위한 장고에 들어간 터였다.

청와대 대변인이 3일 연휴의 첫날, 그것도 하루 일정을 마칠 때 기자실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 이 대변인은 "류우익 청와대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마감을 마치고 일과를 정리하려던 기자들의 손이 다시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전화를 돌리고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가 기자실을 가득 메웠다.

청와대는 전날까지만 해도 "일괄 사의 표명은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며 대폭적인 인적쇄신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런 입장을 하루만에 번복했다는 건 그만큼 현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 두어시간 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다시 춘추관을 찾았다. 붉어진 얼굴에서 다급한 해명이 쏟아져 나왔다.

골자는 "이 대통령이 쇠고기 재협상을 할 수 없다고 한 게 아니다"라는 것.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 등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대표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금 쇠고기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는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이 대통령이 쇠고기 재협상을 않겠다고 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재협의를 통해 사실상 재협상과 다름없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취지"라며 "문제가 되는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재협상이든 재협의이든 표현에 집착하면 오해를 확산시킬 수 있다"고도 말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즉각적인 반응은 얼마만큼 쇠고기 정국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시간으로 언론과 촛불민심의 향방을 주시하며 묘수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 청와대의 가장 큰 고민은 현상황에 대한 타개책이 마땅찮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협상에서 미흡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재협상에 준하는 협의를 진행하겠다는데도 민심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적쇄신 문제도 이제 서너 명 잘라 상황이 해결되면 그나마 다행"이라며 "인적쇄신 후에도 '부족하다', '정신 못 차렸다'는 비판이 나오면 정말 대책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청와대를 둘러싼 촛불시위대로 인한 '물리적 고립감'보다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 더 큰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6일밤에도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목에는 경찰력이 배치됐다. 저녁이 되자 차량은 물론 사람의 통행까지 통제됐다. 청와대 주변에는 '만약의 사태'를 위해 80여명의 경찰특공대도 배치됐다.

경찰의 저지선 밖에는 "협상 무효, 고시 철회"를 외치는 수만명의 촛불 시위대가 있었다.

경찰이 촛불시위대의 청와대 진입을 막고 있다기보다는 '촛불'이 청와대를 포위한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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